모두가 조용해질 때, 진실이 말했다
“자, 오늘의 바른생활시간입니다.”
선생님이 조용히 말하며 칠판에 적었다.
'바른생활 재판'
“오늘 수업은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고 말하는 시간입니다.
우리 반에서 최근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는 재판을 해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술렁인다.
그때 예린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희가 다 알고 있는 그 일… 형준이랑 정연이 사이에 있었던 소문 말이에요.
그걸 주제로 하면 어떨까요?”
형준의 눈썹이 꿈틀 움직이고, 정연은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예린이 말처럼 그 소문을 중심으로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봅시다.
형준, 정연. 힘들겠지만 괜찮을까요?”
형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정연은 한숨을 깊게 쉬며 입을 다물었다.
예린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그 소문으로 인해 정연이는 형준이를 오해했고, 두 사람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멀어졌어요.
근데 중요한 건, 그 소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아무도 몰랐다는 거예요.”
교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예린이 마무리했다.
“이제 그걸 밝히는 시간이에요.”
그 말이 떨어지자 친구들 사이에선 분노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누군데! 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린 거야!”
“완전 사람 인생 망치는 짓이지!”
그 순간, 나래가 떨리는 손으로 책상 밑을 꼭 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빈도 조심스럽게 함께 일어났다.
“… 그거, 우리가 했어.”
정적.
정적이라는 말조차 부족한 침묵이 교실을 휘감았다.
정연의 눈이 크게 뜨이고, 형준은 이를 악물며 나래와 수빈을 노려봤다.
예린도 그들을 바라보다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지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진심이야? 그딴 걸 장난처럼 퍼뜨렸다고?”
태연도 목소리를 높인다.
“너희 진짜 미친 거 아냐? 정연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규만은 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너네 개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지금도 열받아서 뒷골이 당기니까.”
“규만아 진정해” 민지가 말리기도 전에
“그럼 너네가 퍼뜨린 거냐고 씨발!!!”
“어머!”
민지가 등짝을 후려친다.
“야!!!! 선 넘지 마!!! 벌점이야, 벌점!!”
우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선생님!! 이건 우리 반끼리 해결할 일이 아니에요!
이건 1학년 전체 불러서 공개 재판하고 전교생 앞에서 발표해야 해요!!!
그 소문 퍼졌던 범위를 생각해 보세요!!!”
수빈은 울기 시작했고, 나래는 고개를 떨궜다.
성곤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잠깐만… 얘들아. 물론 잘못한 건 맞는데… 우리도 너무 흥분하지 말고...”
“형준이가 유리창 3개만 부순 게 다행이네!! 학교 전체에 불 안 지른 게 다행이야.”
“맞아,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야!”
형준은 이를 악물고, 정연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정연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분명했다.
‘절대 용서 못 해’
담임 선생님이 교탁을 친다.
선생님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분위기를 단숨에 제압했다.
“지금 이 상황, 모두 봤습니다.”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실망했습니다. 소문을 퍼뜨린 친구들뿐 아니라,
이 상황을 흥분과 욕설, 조롱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요.”
교실은 조용했다.
“정의는 필요하지만, 우리가 배우는 건 ‘바른생활’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누가 잘못했는지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형준과 정연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선생님이 이 상황을 정리하고 처리하겠습니다.”
아이들은 하나둘 고개를 숙였고,
성곤은 조용히 손을 모으고 중얼거렸다.
“진짜 바른생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