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79화 정의는 주먹보다 무거웠다

폭력일까, 응징일까. 아이들은 환호했다.

by 동룡

쉬는 시간, 교실 창가에 선 형준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잘못도 안 한 애들이 피해 입을 뻔했네. 뭐, 그 덕에 정연이 한 달 괴롭히기 자유이용권은 얻었지만...”

그 말에 정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형준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이번엔 안 말릴게. 저것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진짜... 어이가 없어서.”

형준을 늘 말리던 정연마저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자, 이번엔 지수가 나섰다.
“형준아... 제발 폭력은 안 돼. 더 나은 사람이 되자. 용서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폭력만은 쓰지 마.”

잠시 말이 없던 형준은 고개를 떨군 채 낮게 말했다.
“응. 진짜 휠체어 태울까도 생각했는데… 저것들은 나한테 맞을 가치도 없는 것 같아. 하지만 그냥은 못 넘기지.”

그리고 곧, 반 아이들에게 선언했다.

“얘들아, 1학년 투표하자. 이 사실을 학년 전체에 알리고, 우덕이 이야기한 벌을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투표하자. 그리고 선생님들께도 1학년 전체의 의견을 보여주자.”

그 한마디에 덕군 컴퍼니는 즉시 움직였다.
예린은 큰 종이를 펼치고 투표 주제를 써 내려갔고, 대용과 규만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나래와 수빈의 행동을 알렸다.
“정연이 울게 만들고, 형준이까지 폭발하게 한 사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덕은 직접 만든 간식 세트를 나눠주며 아이들을 투표함으로 이끌었다.
“쿠키 하나, 소중한 의견 하나~ 여러분의 참여가 정의를 만들어요~”

한쪽에서는 조용히 성곤이 말했다.
“잘못하긴 했지만... 너무 심한 거 아냐...? 좀 불쌍하긴 해...”

태연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글쎄... 휠체어 타게 맞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겠지.”

소문은 쉬는 시간만에 복도 전체로 퍼졌다.

나래와 수빈이 복도를 걸어갈 때면 아이들은 옹성였고, 몇몇은 대놓고 손가락질까지 했다.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정연의 목소리가 울렸다.
“야, 너네 둘 잠깐만 와봐.”

두 사람은 주춤거리다 천천히 정연 앞에 섰다.
정연은 그들을 마주한 채 말했다.
“니들 지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근데 난 못 넘어가겠어. 속상하고 열받은 거, 지금 여기서 풀어야겠다.”

그다음은 말이 없었다.

정연의 손바닥이 차갑게 공기를 가르며 두 사람의 뺨을 후려쳤다.
순간, 복도에 정적이 흘렀다.
나래와 수빈은 뺨을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아이들은 그들 주위로 둥글게 모여들었다.


“형준이랑 정연이한테 그렇게 굴어놓고 얼굴 들고 다녀?”

“정연이 울게 만들고도 사과 한마디 없었잖아.”


“진짜 너네가 사람이냐?”

그 비난들 속에서, 형준이 등장했다.
그는 나래와 수빈 앞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한 대로 끝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람 가지고 장난치면... 매일 눈탱이 밤탱이로 학교 다닐 줄 알아. 너네가 한 말, 한 짓... 전부 대가 치러야 돼.”

그리고는 주먹을 쥐었다.
형준의 주먹이 각각의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나래와 수빈, 둘 다 눈 주변이 시퍼렇게 변했다.
주변에서 작은 비명이 터졌고, 누군가는 입을 틀어막았다.


형준은 아무 말 없이 정연을 번쩍 안아 들어 올렸다.
“야! 야야야!! 내려놔!”
정연은 허둥지둥 발버둥 쳤지만, 형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복도 전체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와 아아아아 아!!!”

정연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숨었다. 얼굴이 사과처럼 붉게 물들었다.

한편,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지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는 참... 무서운 곳이야. 잘못한 건 맞지만... 정말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태연은 옆에서 말했다.
“좋게 생각하자, 지수야. 저 많은 아이들이 집단 구타라도 했으면... 진짜 끔찍했을 거야. 이 정도면 다행인 거야.”

복도에 흩어진 종이들, 주저앉은 두 아이, 그리고 손뼉 치듯 터진 아이들의 환호.
그 안에서 누구는 정의를 봤고, 누구는 폭력을 봤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여전히 정연과 형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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