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82화 교실 민주주의는 초코우유 맛

군것질과 권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by 동룡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톤 낮았다. 교실 안엔 정적이 흘렀다.

“일단, 정확히 조사가 필요하겠군요.”
선생님은 칠판을 내려다보다 말고,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근데... 멤버는 딱 보면 알 것 같네요. 정연이랑 민지도 멤버인가요?”

정연은 고개를 세게 저었고, 민지도 덩달아 손을 내저었다.
“아뇨! 저흰 아니에요!”

나래가 작게 손을 들었다.
“둘은 멤버는 아닌데… 그냥... VIP예요. 최고 대우받는…”

“하긴…” 선생님은 눈썹을 찌푸렸다. “형준이랑 규만이가 있는데… 얼마나 잘해줬을지 짐작이 가네요. 그럼... 우덕, 형준, 규만... 예린까지, 네 명?”

수빈이 조심스레 말했다.
“2반의 나대용도 주요 멤버예요. 그리고… 딴 반에도 꽤 많아요.”


나래가 덧붙였다.
“그… 대용이 지수 좋아해서… 지수도 VIP 중엔 좋은 대접받았어요.”

그 말에 규만이 지수를 흘겨보며 툭 내뱉었다.
“봐봐, 너 그렇게 잘해줘도 결국 공격당하잖아.”

지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담임은 결국 책상을 ‘툭’ 치고 일어났다.
“다들 공책 꺼내세요. 지금부터 덕군 컴퍼니에 대해 아는 걸 전부 적어요.”

나래와 수빈은 망설임 없이 펜을 움직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쓰지 않았다.
아니, 쓰지 못했다.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대부분은 뇌물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도박, 사채, 뇌물...
말을 꺼냈다간 구타는 기본이고, 따돌림은 덤이었다.
게다가 대용의 군것질 장사는 전교생이 이용 중인 ‘필수 시스템’이었다.

성곤, 지수, 태연조차 제티 건밖엔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쓰기엔 애매했다.
너무 많이 받아먹었기 때문이다.

지수는 말할 것도 없고, 성곤과 태연도 사실상 VIP였다.

선생님은 종이를 다 걷어들고는, 다시 한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우리 반만의 문제가 아니군요…”

선생님은 말없이 교실을 한번 둘러봤다.


“나래와 수빈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잘 모르거나, 말하기 무섭거나… 혹은… 같은 편이겠죠?”

선생님의 목소리는 쓰라렸다.


“어른들 세상과 다를 게 없군요.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형준, 정연, 나래, 수빈. 네 명은 일주일간 학교 끝나고 나머지 청소입니다.”

정연이 움찔했고, 형준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말은 없었다.

쉬는 시간.
우덕은 재빠르게 ‘컴퍼니’ 멤버들을 호출했다.

“자, 다들 말 맞추자. 군것질 장사한 거까지만 인정하는 걸로. 알지?”


규만은 고개를 끄덕이고, 형준은 팔짱을 끼고 씩 웃었다.
예린이 조용히 말했다.


“나래랑 수빈한테 벌 더 주자는 투표를 빨리 진행해서 분위기를 돌려야 해.”

교실 밖, 나래와 수빈은 조용히 창가에 앉아있었다.
그때 낯선 얼굴들이 다가왔다.
다른 반 친구들이었다.

“... 너네, 힘들었겠다.”
“사실 우리 반도... 똑같아.”
“우리도 그 덕군 컴퍼니 때문에... 따로 논다며 따돌림당했었어.”

나래와 수빈의 눈가가 붉어졌다.


“... 이젠 다 말하자.”
수빈이 결심한 듯 말했다.
“숨기지 말자. 진짜로.”

그 시각, 교무실에서는 무언가 복사되고 있었다.

“여기... 각 반에 나눠줄 자료입니다.”
각 반의 선생님들은 묵묵히 종이 한 묶음씩을 받아 들었다.
그 종이는 곧 교실로 향했다.

다음 시간, 전교적인 폭풍이 시작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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