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83화 조작된 장부

진실보다 연기가 더 강한 이유

by 동룡

다섯 명의 이름이 방송을 타고 흘렀다.
우덕, 규만, 형준, 예린, 대용.
아이들은 조용히 일어나, 말없이 교무실로 향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딱 예상대로였다.
마치, ‘계획대로’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 시각.
담임선생님은 그들의 책상과 가방, 사물함까지 꼼꼼히 열어보기 시작했다.
낡은 필통, 접힌 공책, 이름표가 떨어진 우산.
그리고… 하나의 장부.

군것질 장사 거래 장부.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우덕이 일부러 남겨둔, 정밀 조작된 장부.
진짜 내용은 사라졌고,
남아있는 건 “허용 범위 내 군것질 판매”라는 사례뿐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도 소용없었다.
각 반의 반장, 부반장들은 이미 VIP고, 각 반의 직원들은 이미 지침을 받은 상태였다.


“군것질 이야기만 흘리고 절대 입을 다물 것.”


“쓸데없는 충돌 금지.”

컴퍼니 직원들은 치밀하게 분산되어 있었다.
어느 반도, 어느 방향도 치우치지 않게.
균형 있는 침묵. 완벽한 침묵.

나래와 수빈, 그리고 함께한 6명의 진술서는 무거웠다.
그 종이 위엔 학교 내 사채, 뇌물, 차별과 압박, 강제적인 ‘우정 시스템’까지…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의 진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덕이가 제티 줬어요.”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들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표정엔 혼란이 담겨 있었다.
“이 장부, 전부야?”

우덕은 고개를 숙였다.
“장사한 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하겠습니다.”

형준이 나섰다.
“학교에서 장사한 건 맞아요. 근데 나래랑 수빈이 말하는 건 진짜 영화 같아요.
저희가 그런 애들처럼 보여요?”

규만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예린은 눈물을 떨구며 입을 열었다.

“저는... 얘네가 그냥 잘해줬어요. 나래나 수빈처럼 때리려 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친해졌어요…”

또 눈물. 어른들이 약한 ‘그’ 눈물.

대용은 그런 예린을 다독이며 조용히 덧붙였다.
“그냥... 얘가 착해서 그래요.”

교무실은 조용해졌다.
선생님들도, 선뜻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과연 이 모든 걸 혼자 했을까.
누가 조종한 건 아닐까.
아니, 진짜일 리 없잖아.

그 혼란의 틈을 타,
다섯 아이는 조용히 교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복도에서 하이파이브.

“미션 클리어.”

형준은 교실 문을 열자마자 정연에게 돌진했다.
“우리 공주님~ 내 걱정 진짜 많이 했쬬~?”

정연의 볼을 쭉 찌그러뜨리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이들은 소리쳤고, 정연은 얼굴이 빨개졌다.
말없이 창밖을 보던 정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달만 버티면 된다…’

한편 우덕은 책상 위에 올라섰다.
목소리는 또렷했고, 준비된 대사처럼 흘러나왔다.

“오늘부로, 덕군 마트는 문을 닫습니다.

나래와 수빈, 그리고 몇몇 애들 덕분이에요.”

그리고, 시작된 비난.
“진짜 왜 저래?”
“내 과자 누가 책임져!!”

종이, 쓰레기, 지우개가 나래와 수빈에게 향해 날아들었다.

예린은 울먹이며 외쳤다.

“이번 투표... 꼭 해요!
저 나쁜 애들, 혼 좀 내줘야 해요!!”

아이들은 동의했고, 열기가 높아졌다.

그 뒤편에서 민지는 조용히 규만에게 속삭였다.

“오늘 일…
만약 사실이 아니거나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진짜, 나 너 용서 못 해.”

규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끝만 떨릴 뿐이었다.

그리고, 교실은 다시 평온해졌다.
하지만 그 평온은 두려움과 침묵 위에 세워진 평온이었다.

진실은
눈물과 인기투표, 그리고 제티 사이에서
오늘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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