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횡단여행(18)

by 김헌삼



18. 신들이 만든 정원


우리가 콜로라도 제1의 도시 덴버를 버리고 다시 올라올 길을 6, 70마일 떨어진 콜로라도 스프링스까지 내려간 것은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을 보기 위하여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이 도시는 5월 말임에도 흰 눈 덮인 4천 미터 급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를 정점으로 하는 파노라마 같은 원경도 멋있고, 둘러볼 공군사관학교도 있다. 거기 가서는 초대형 폭격기 B-52D 앞에 상대적으로 왜소한 모습으로 늘어서서 사진 한 장 찍었을 뿐이다.

신들의 정원이라면 신들이 놀러 올만큼 좋은 곳이라는 의미인가, 신들이 만들어놓은 것 같은 정원이라는 뜻인가를 놓고 혼자 한참 생각해 봤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신들이 만들어놓은 걸작품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이름이 생긴 유래는 앞쪽의 것이다.

1859년 8월 두 명의 측량기사가 덴버시로부터 나중에 콜로라도 시티가 될 곳까지 측량하고 있을 때 마침 이 아름다운 곳까지 당도하게 되었다. 그중에 비취라는 친구가 동료 케이블을 보고 “여보게 나중에 이 동네가 커지면 여기다 맥줏집 해놓으면 근사하겠네.”라고 말했다. 이 소리를 듣고 좀 젊고 시인 취향의 케이블이 “맥주집? 신들이 놀러 오기 딱 좋지 않겠나. 우리 여기를 신들의 정원이라고 하세.”라고 대답했다. 그 뒤로「신들의 정원」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보면 선유동(仙遊洞)과 같은 의미인데, 그래도 나는 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합작으로 만든 대작으로 고집하고 싶은 것을 어쩌랴. 「신들의 정원」이야말로 이번 미국여행에서 처음 접한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생김이나 색채 규모의 조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런 것은 와서 직접 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감동으로 짜릿한 것을 마음속에 깊이 접어두고, 살아가는 동안 문득문득 되새겨야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감동은 감동일 뿐이지 표현이 잘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야기를 꺼냈으니 미흡한 설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때 찍은 사진들을 죽 늘어놓고 생각에 잠겨본다. 색채의 주조는 붉은색이다. 붉은색의 돌이되 그저 건조하고 딱딱한 돌이 아니고 색은 엷더라도 육 간에 걸려있는 살덩이같이 손을 대면 뭉클한 느낌이 올 듯한 붉은 사암(sandstone)이다. 밑에서 꼭대기까지 전체가 한 덩어리 같다. 그 덩어리가 온통 붉은 돌산이다. 그러나 붉은 돌산만 있는 것이 아니며, 회색 능선의 산줄기도 있고, 또한 하얀색의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적당히 위치하여 저 멀리 새파란 하늘 아래 흰 눈 덮인 파이크스 피크의 웅자(雄姿) 밑으로 각각 대단한 미적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적색의 북문바위(North Gateway Rock)와 남문바위(South Gateway Rock)가 주축을 이루며 동쪽에 낮게 백색바위(White Rock), 남쪽에는 회색바위(Gray Rock)가 호위하듯 서 있다. 북문바위 최상단에 우리가 새가 입 맞추는 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낙타의 입맞춤(Kissing Camels)으로 명명되어 있어 다시 보니 그게 오히려 더 적합한 것 같다. 이 일대가 말하자면 이 정원의 다운타운과 같은 곳이다.

생김새에 따라 어깨가 서로 붙은 개구리 모양의 샴쌍둥이(Siamese Twins), 거인의 발자국, 성당바위, 스코틀랜드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들도 있으며 일일이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 밖에도 잠자는 거인, 증기선바위, 바벨탑, 두꺼비와 독버섯(Toad and Toadstool), 연단바위(Pulit Rock), 싸인바위 등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대체로 따가운 날씨지만 걸으며 보고, 또 보다가 걸으며 입장료가 20달러라 할지라도 아까운 생각이 안 들을 것이라 했다. 그럼에도 이곳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도 그만한 사유가 있다.

1879년 버링턴철도 사장 찰스 퍼킨스는 「신들의 정원」에 땅 240 에이커를 구입하여 여름별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는 그 후로도 부지를 더 늘리기는 했지만 당초 집 지으려던 생각을 접고 이 멋진 곳을 일반 대중이 함께 즐기도록 자연상태로 두기로 했다. 비록 그 뜻이 이루어지기 전(1907년)에 그는 타계했지만, 후손들이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1909년 이 땅을 시에 넘겨줬다. 다음과 같은 당부와 함께.

‘신들의 정원은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한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주류도 제조, 판매, 제공하지 않도록 하며 다만 공원으로서 유지, 보존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건물이나 구조물도 세워서는 안 된다.’

그래서 콜로라도 시민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즐겁게 보고 간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방문자센터(Visitor's Center) 한편 안내판에 대여섯 개 국어 속에 '어서 오십쇼' 하는 우리 글이 끼어있다. 가르쳐 주려면 제대로 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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