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횡단여행(24)

by 김헌삼

24. 콜로라도강과 용수문제


「콜로라도 강은 콜로라도주 북쪽 로키산맥 속에서 발원하여 장엄한 그랜드 캐년을 관통하며 서부를 달려 내려오다가 캘리포니아만으로 빠지는 총길이 1,450마일(2,330킬로)의 미국 서부 젖줄이다. 콜로라도 강이 공급하는 물로 인하여 미국 남서부 사람들의 생활이 정착될 수 있었고 지역 발전에 아주 중요한 한몫을 하게 되었다.」


어느 관광안내 팸플릿 첫머리에 나와있는 말이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콜로라도강과는 세 번 지역을 달리하여 만났다.

그 첫 번째가 글렌 캐년 댐으로 인하여 생긴 파월호수(Lake Powell)에서 1시간 반 짜리 크루즈를 하며 강과 협곡과 댐을 동시에 체험한 것이며, 두 번째는 그랜드 캐년에 갔을 때 어느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더라도 저 멀리 협곡 맨 밑바닥에는 가느다란 실낱같은 줄기가 꼬불거리며 틀어나갔는데 이것이 바로 콜로라도강이었다. 셋째로는 애리조나와 작별하고 볼더 시티를 통하여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로 건너가고 있는데 그 횡단의 밑바닥이 바로 콜로라도강을 막은 후버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댐으로 콜로라도강을 시작하여 댐으로 콜로라도와 아듀 하였으며, 달리 표현하면 댐을 통하여 애리조나에 들어섰으며 댐을 밟으며 애리조나를 벗어났다. 후버댐이 기저(基底)로부터의 높이가 221미터(726피트)로서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고 글렌 캐년댐은 216미터(710피트)로서 두 번째가 되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일찍이 옐로스톤을 뒤로하고 그랜드 티톤(Grand Teton) 국립공원 경내에 들었었으며, 그 최고봉인 그랜드 티톤(4,197m)을 필두로 4천 미터에 육박하는 흰 눈 덮인 봉우리들이 즐비한 티톤 레인지(Teton Range)까지 완전히 벗어나며 기온은 점점 상승하여 솔트레이크시티에 이르러서는 심하게 더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글렌 캐년유원지에 오니까 햇볕은 따가울 정도로서 직접 받는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후로도 그랜드 캐년에 갔던 6월 9일만 바람이 몹시 불고 춥다고 느낄 정도로 돌변하는 이상기후였고, 다음날 또 그다음 날은 더워서 관광이고 뭐고 할 의욕이 아주 멀리 달아나게 하는 찌는 날씨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등 미국 남서부 지역은 건기가 오래 지속되고 고온에 시달려 초목들도 내서성이 강한 것만이 겨우 버티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땅들은 사막처럼 황폐화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을 막으려면 인위적으로 물을 끌어다 계속하여 뿌려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물을 대주는 곳이 후버댐이나 글렌 캐년댐이었다. 후버댐 아래쪽으로도 데이비스, 파커, 임피리얼, 라구나 등의 작은 댐들이 있다 하나 후버와 글렌 캐년댐이 전체 공급량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다른 댐들은 미미한 존재라고 하겠다.

후버댐이 1936년, 글렌 캐년댐은 그로부터 약 30년 후인 1963년에 완공되었으며, 두 댐의 저수량은 각각 300억 입방미터가 넘는바 두 댐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로 1,2등이 갈리나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되겠다. 글렌 캐년댐의 물을 만수로 담는 데는 완공 후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물은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에서 눈 녹은 물로 발원한 본류의 콜로라도강 물과 와이오밍의 윈드리버산맥에서 비롯된 그린강(Green River) 물이 캐년랜즈(Canyonlands)에서 합쳐짐으로 해서 수량이 풍부하다. 그리고 글렌 캐년댐 물의 85프로가 농업용수로 쓰인다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력발전에 의한 전력공급도 무시할 수 없으니 연간 120억 킬로와트로서 애리조나주가 소비하는 전력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수력의 공급량이 이 정도면 모르긴 해도 대단한 것일 것이다. 댐이 있음으로 해서 홍수가 조절되고, 거대한 호수가 생겨 대단위 유원지가 형성되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필요에 따라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후버댐에는 미드호(Lake Mead) 유원지가 있으나 우리는 처음부터 글렌 캐년댐의 파월호(Lake Powell)에 가서 배를 타고 글렌 캐년을 둘러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흑인들을 눈을 씻고 보려 해도 하나도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대신 까무잡잡한 피부에 땅딸막한 키, 얼굴 선이 뭉툭뭉툭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어 서남지방에 흔한 멕시칸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인디언들이다. 파월호가 있는 콜로라도강을 중심으로 남동쪽이 나바호(Navajo) 인디언의 보호거주지이었으므로 인근에서는 어디를 가나 백인보다도 오히려 많이 볼 수 있는 게 이 원주민들이다. 유람선의 닻줄을 정리하는 사람, 선물가게의 출납직원뿐만 아니라 크루즈 매표원들도 대부분이 이들이다. 부근 월마트의 캐시어와 물건 사러 온 손님조차도.

고고학자들은 천년도 더 전에 이 강이나 지류를 이용하여 운하나 저수시설을 만들어놓고 살던 원주민 인디언은 아나사지(Anasazi)였으며, 그 뒤로 14세기 초에서 15세기 사이에는 호파이(Hopi)와 푸에블로(Pueblo)족이 강물을 끌어들여 농사도 짓고 관개시설도 하며 살았다고 본다.

콜로라도강을 처음으로 탐사한 유럽사람은 스페인 출신 군인탐험가 프란시스코 울로아(Francisco de Ulloa)로서 1,539년의 일이었다. 그 후 2,3년 간은 탐험대의 출몰이 잦았고 이주해 와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콜로라도라는 이름은 그 당시는 침전물이 많은 흙탕물이어서 이 사람들이 붉은 강이라는 뜻으로 이렇게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1869년 지질학자 존 파월(John W. Powell)이라는 사람이 콜로라도강, 그린강과 부근을 탐사하고 처음으로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때 그는 나무보트를 타고 겁 없이 그랜드 캐년을 항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1871년에도 콜로라도의 오지를 탐험하고 탐사보고를 냈는데 이때 관개농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글렌 캐년댐이 만들어놓은 호수는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 후로도 콜로라도강의 이용방안이 끊임없이 논의되어 후버댐이나 글렌 캐년댐과 같은 거대한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불모의 땅에 천사의 도시 LA나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같은 것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와 같이 콜로라도강은 경제적 효용가치가 뛰어난 것이지만 우리 같은 나그네의 마음은 그런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주차할 곳도 마땅찮아 후버댐을 그저 지나갔다는데 의미를 두고 콜로라도와 작별하니, 달밤도 아니고 혼자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니어서 전혀 어울리지는 않지만 오래전에 배웠던 미국민요 『콜로라도의 달』이 속으로 흥얼거려지는 것이다.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은

물결 위에 비치네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은

마음 그리워 저 하늘

반짝이는 금물결 은물결

처량한 달빛이여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을

나 홀로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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