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맘껏 저어 가라

합격자 발표 전과 후

by 샤미용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가족 행사가 매년 달랐다.

떠오르는 해를 보여주려고 아침 바다 앞에 다 같이 서기.

추위는 결코 우리를 가둘 수 없음을 느끼게 하려고 등산.

서점에서 종일 책 구경을 하고도 차와 책 향기에 젖기.


발표 하루 전

(2025. 1.1. 수요일)

아침까지는 유쾌했지만, 다시 시작되었다.

"아니,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야."

시선을 자기에게서 하늘로 향하도록

짐승의 포효 같은 자기 소음에서 벗어나도록

또 예배하러 가자며 데리고 나왔다.


채우는 공간이 바뀌었을 뿐,

기다림에 지친 광인이 뿜어대는 굉음이 요란하다.


" 찬송가, 조용히 들어볼래?"


발표 4일 전

(2024. 12. 29. 주일)

어떤 결과여도 감사하기를 결단합니다.

뜻하심이 거기에 없음을 확인하게 될지라도.

매일 아침마다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도 저는 좋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심하게 토라질 수 있습니다.

chapter가 바뀌는 이 시점에서

저의 눈을 여시고 지혜를 담아주소서.


얘야, chapter는 바뀌지 않는단다.


합/불합은,

성장기에게도,

그 아이를 품은 어미에게도

chapter 변경 기준선이 아님을 알리는 조용한 음성에 집중했다.


언덕을 떠나서 창파에 배 띄워

내 주, 예수의 은혜의 바다로

네 맘껏 저어 가라


아... 정말?!


발표 당일

(2025. 1. 2. 목요일)

떠날 언덕이, 서울 집이 맞는 것일까?!

아이는 필터 없이 감정을 쏟아낸,

엄마는 퍼즐을 잘 맞추려고 문답을 했던 10일이었다.


출근길에

함께 기다려 온 몇 지인들에게 보내려고

두 가지 버전의 장문을 써 놓았다.


애당초 합격자 발표 시각은 4시였다.

아침부터 약국이 바빠서 한숨 돌리니 11시가 넘었다.

문자를 보자마자 홈페이지를 클릭하는데 손님이 오셨다.

"약사 양반, 내가 어제 이거 샀는데, 환불을 하려고."

"어머니,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세요?

지금 저희 아들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순간인데요.

사진 하나만 찍고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


민민사고에서 각 중학교로

10시에 발송한 공문을 보시자마자

출력하여 뛰어오신 담임선생님 덕분에

아이는 일찍 합격소식을 알았고,

비행기 자세로 한참 동안 뛰어다녔다고 한다.


한 달 후

언덕을 떠나 횡성의 외진 기슭에 배를 띄웠다.


다음 편은, 2월부터 시작되는 기숙사 생활과

동아리 지원과 테스트 이야기입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