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눈으로 삼태성을 보다

OT기간(2월 한 달)

by 샤미용

생활연습

신입생은 2월에 기숙사에 입소한다. 3월 입학식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민사인으로서 학습과 생활을 한다.


중학교 학사일정에 따라 졸업식도 아직 치르지 않았거나

엄마표 기상 알람 없이는 못 깨는 학생이 다수 있기 때문에 2월에는 공부보다 공동생활을 몸에 익히는 기간 같다.

아침잠이 많든 적든 민사인은 전원 6시에 기상을 해야 한다. 학교는, 예비 민사인들이 기상훈련을 즐겁게 하도록 OT기간 한 달 동안 친구들과 아침 식사를 같이하며 인증샷을 찍고 올리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같은 기간에 각 집의 엄마들은 업데이트되는 아이들 사진을 기다렸다.


기숙사의 한 호실에는 화장실(변기 2, 샤워부스 2, 세면대 2) 하나와 방이 두 개가 있다. 방마다 3세트의 벙커침대와 책상, 옷장이 있으며 한 호의 6인은 한 학기를 같이 산다. 분리수거 쓰레기 담당, 욕실 바닥 청소, 변기와 세면대 청소 등 각자의 보직을 정하고 성실하게 감당해야 한다. 그래야 호실 전체 벌점을 받지 않는다. 학칙상 1년간의 벌점은 누적되고, 학교에서 쫓겨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공동생활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학교 알기

1인 1 부서

150여 명의 전교생은 OT기간에 (지원하여 간택된) 하나의 부서에 소속되어 3년 동안 활동한다. 총 14개 부서의 장들은, 다음과 같은 자료를 준비해서 신입생 전원 앞에서 부서를 소개한다. 각 부서별로 선발 인원과 절차가 다르며 1 지망했던 부서와 인연이 되지 않으면 많이 서운해한다.

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민사고 도서관을 학수고대했기 때문에 고민 없이 도서부를 지원했다. 면접을 볼 때에도 응축된 소망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전달이 잘 되었던지 도서부의 부름을 받았다며 좋아했던 게 벌써 1년 전이다.


동아리

"동아리 관리부"라는 부서가 있을 정도로 동아리가 많다.

크게 정규와 자율로 구분한다. 정규에 속한 동아리만 생활기록부에 활동기록이 남는다. 수요일과 목요일 7-8교시가 "정규"로 등록된 동아리 활동시간이다. 그런데 공강으로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민사고 입시보다 동아리 시험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인기가 많은 동아리 멤버가 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부서와 달리 활동하다가 탈퇴하는 것이 자유롭고 공석이 생긴 동아리에서는 2학기부터 추가 모집을 하여도 2월에 지원한 동아리에서 다 떨어지면, 굉장히 서운해한다. 정규가 아닌 자율 동아리에 많이 가입하여 활동을 해도 아쉬움이 오래가 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니까. 한편 공정한 선발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제보도 들었다. 인맥의 영향도 있고, 지원자의 실력이나 열정보다 미모가 선배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는 후문도.


비전트립 조편성

1학년은 5월에 미국으로 비전트립을 간다. 입소 시 동부냐 서부냐를 선택하여 문서를 내고, 그에 따라 여행의 조가 편성되어 모이고 또 비전트립이란 어떤 것인지를 교육받는다. 비싼 경비를 들여서 미국을 가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선배들의 기록을 통해 미리 담아보는 시간이 있다.


공부와 시스템 알기

민사고는 석박사 이상으로 수학하신 선생님들이 각자의 office에서 강의를 하신다. 학생들은 본인이 선택한 과목을

아침 8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수업을 이동하며 들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를 구석구석 알고 있어야 쉬는 시간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2월에는 오전에만 수업을 들었고, 이는 3월부터 시작되는 정규수업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주제를 통해 과목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을 했다고 들었다. 모듈수업을 선택하여 본인의 시간표를 구성하는 방법도 습득하며, 엉덩이의 힘을 기르는 자율학습 시간을 잘 활용하도록 훈련을 하였다. 닥치면 다 하는 것 아닐까 싶지만, 부모님을 떠나서 자기 주도의 학습과 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버퍼로서의 기간이 필요하여서 오랫동안 학교가 시스템으로 굳혀왔던 게 아닐까 싶다.


혹독한 추위지만 청정지역

아래 사진은, 다산관이라는 수업동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기숙사로 이동하면서 아들이 핸드폰으로 밤하늘을 찍어서 보내준 것이다. 또렷하게 오리온자리가 보이는 이곳은, 빛공해가 전혀 없다.

이 시기 횡성은 최저기온이 영하 18-19도를 찍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거의 가정용 냉동고의 추위이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친구랑 기숙사 앞에서 찍은 동영상도 보내왔는데, 블리자드인 줄 착각할 만큼 매서움이 담겨있었다. 4월까지도 눈이 녹지 않는 횡성에서 단련된 아이는, 요즘 영하 7-8도인 서울 추위에는 경량패딩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선배와의 교류

맨눈으로 겨울의 대표 별자리가 보일 만큼, 청정한 곳.

그곳에 몸을 담고,

혹독하고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세상을 빛낼 별로서 띄워질 날을 맞이할 때까지

매일 훈련을 하고 있는 선배들과도 만난다.

날 선 예민러의 시절도 보내 보았고

지나고 보면 별 게 아닌데

해소할 힘이 부족할 때는 찡찡거리기도 했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말에 관심을 끄고

내면의 힘을 굳게 잡아가는 연습을 조금 더 먼저 시작한

선배들의 경험을 전해 듣기도 하고,

기숙사에서 매칭 선/후배로서 친해지는 시간도 있다.


아들의 소감

예비 민사인이 3주 만에 귀가하는 날, 환영하려고 퇴근길에 케이크를 샀다. (이날 이후로는 케이크를 산 적은 없다.) 그간의 소감을 말해보라 했을 때 다소 충격이었다. '엄마 아빠 그리웠어요.'라든지, '기숙사 3명이 같이 쓰니까 불편해요.'를 예상했는데, 그 짧은 사이에 자라 있었다.


첫 번째. 좁은 세계라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말실수를 한 게 아니라, 옆에서 작은 말과 표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부풀려지는 과정이 보였으니까요.

두 번째. 시간은 만들기 나름이에요. 같은 시간표로 모두가 움직였고, 일정이 꽉 찼지만, 책을 읽으려고 작정을 했을 때 5분이라도 집중할 수 있었고, 상황은 제 마음먹기 나름 조절이 되는 것을 알았어요.

세 번째. 저도 자기 관리 잘하고 멋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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