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솔직히 말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첫 번째, 석사를 밟고 박사를 밟다 보니
가르치라고 해서 가르쳤고
다음은 생계 때문에 가르쳤다.
가르친 지 20년쯤 되고 나서야
내 안에 사명감이란 것이 생겨났다.
그것도 내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이때에.
나도 참 어지간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이 글에서 언급했던 한 학생이 있었다.
수업 중간에 나가지 말라는 의례적인 선생의 말에
눈에 살기를 띠었던 친구.
이상하게도 그 친구가 나의 적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나를 건드리면 죽습니다 라는 아우라를 뿜어낸 것은 맞지만 말이다.
그 학생의 서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편이긴 했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 내 위치가 강사이자 선생인 만큼 가르치는 것만 하면 되지 싶었다.
이번에 중간대체 페이퍼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일기 식으로 쓰는 과제였다.
그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폭력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를 말리기는커녕 자신의 억울함과 화를 다 아들에게 쏟았던 어머니.
그런 아버지에게 똑같이 폭력으로 응대해 주었고
이제는 그런 아버지가 이빨이 빠졌으니
자신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내 아버지 역시 알코올중독자였고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이 친구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그럼에도 이 친구는 이미 관계에 있어
왜곡되고 뒤틀려 버렸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
폭력에 폭력을 더하게 만든 그 부모들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을 전혀 배우지도 상상하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되갚아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발터 벤야민가 말한 "내장된 균열의 에너지"가
그 친구에게는
그 누구에게 보다 강할 테니...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