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의 브런치 (6)
|크림 리조또 요리법 1|
양파를 잘게 다져 올리브유 조금과 함께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크림과 우유를 한 컵씩 넣는다. 끓을 낌새가 보이면 밥을 넣는다. 밥 세 공기를 넣었다. 정석적인 리조또는 생 쌀로 요리하지만 밥솥에 항상 밥이 있고 배가 고픈 한국인이라면 그냥 밥을 넣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크림 리조또 요리법 2|
말린 표고버섯도 한 줌 넣는다. 난 표고버섯을 좋아하니 한 줌 더 넣는다. 야채 스톡도 몇 숟가락 넣는다. 생 쌀로 요리했다면 넣었을 화이트 와인은 생략한다. 자숙 문어의 머리도 껍질을 벗긴 후 잘게 썰어 넣는다.
껍질을 벗겨 넣는 건 엄마의 아이디어였는데, 문어가 훨씬 더 부드러워진다.
문어도 처음엔 민머리 생선이라는 뜻의 민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파도소리가 너무 거칠어 발음이 헷갈렸는지 어느 순간 문어가 되었다. 그러다가 문어라고 부르게 된 김에 멋들어진 뜻을 붙여보자, 해서 머릿속도 까만 먹물로 차 있으니 글월 문을 붙여 文어가 된 것이다.
영어로는 octopus라고 하는데 매우 직관적으로 8개의 발이 달린 동물이라는 뜻이다. Octo가 라틴어로 8을 뜻한다. 그런데 October는 8월이 아니라 10월이다. 원래 8월을 October로 부르다 달력 체제가 그레고리력으로 개편이 되며 1, 2월이 추가되는 바람에 열 번째 달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름을 바꾸기에는 귀찮았나 보다. 문어를 잘 먹지 않는 영미권에서는 사실 octopus보다 October가 훨씬 더 가까이 있는 단어고, 어느 날 문어를 봤을 때 다리가 열개가 아니라 여덟 개임에 충분히 놀랄 수 있지 않을까.
|크림 리조또 요리법 3|
파마산 치즈도 넣는다. 가루 치즈가 아니라 생 치즈를 갈아서 넣기 때문에 이두박근이 조금 고생해야 한다. 약불 위에서 끓이다 원하는 질감이 되었을 때 접시에 담아낸다. 위에 다진 쪽파와 나머지 문어를 얹고 후추를 뿌린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함과 동시에 내 세상의 한계는 내 언어의 한계인데, 언어라는 매개체는 이리도 변덕스럽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니 결국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오늘의 브런치 완성|
곁들여 먹을 빵을 굽는 동안 몇 주 전 담아둔 피클도 꺼내고 부챗살도 몇 조각 구워본다.
지젝은, 편지는 항상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걸 제일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편지는 발송되지 않은 편지라고 해석한다. 그러니까 가장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말은 머릿속에선 작성되었지만 입 밖으로는 보내지지 않은 말이다. 이렇게 내 의미를 전달하고 나면, 더 이상 왜곡의 두려움에 속박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다른 말을 할 수 있다.
수십 가지 갈래로 튀어나가는 생각의 타래 중, 몇 개를 잡아 적어본 자투리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