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아래 소곤소곤 낭만을 이야기하는 곳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도시
양평군 지평면은 내가 무척 사랑하는 도시다. 지평면과의 인연은 2019년에 시작되었다. 지평면 기초생활거점 조성 지역역량강화 사업을 맡으면서 지평면에 처음 발을 들여놨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경의 중앙선 종점 지평역에 내려서 역사(驛舍) 2층에서 내려다본 지평면의 풍경은 사람으로 치면 다소곳한 내면과 당당한 외양을 지닌 중년 남성 같았다. 지역 역량강화 사업을 하면서 많은 도시를 방문하는데 고장마다 독특한 풍미와 풍취가 있다. 지역 역량 강화의 첫걸음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내 이를 기반으로 이제까지 없었던 지역 콘텐츠를 주민과 설계하는 것이다. 두 번째 걸음은 설계한 지역 콘텐츠를 공간과 접목해서 경관을 아름답게 바꾸는 일인데 지평면이 두 번째 걸음까지 멋지게 완성했다.
지난 5월 10일 지평 면민과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지평천 산책로 점등 및 걷기 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 앞서 지평면 주최로 사생대회를 진행했는데 수상 작품이 이날 영산홍과 이팝나무길 사이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복고감성과 농촌 경관 가치를 간직한 지평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2001년도에 농촌의 자연경관과 여기서 생산되는 사람의 이야기가 플러스된 농촌 경관을 21세기의 경쟁력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농촌 경관(景觀)은 보는 사람의 무의식적인 향수와 기억 등을 끌어올릴 때 가치가 커진다. 그래서 자연경관에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은 그림일 수도 있고 글일 수도 있다. 지평천 산책로에 그림과 조명을 배치한 건 이야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방문객의 심리를 미리 변화시켜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호기심을 끌어내야 한다.
지평 산책길 야간 조명은 조명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초승달과 두 개의 별이 주는 감성은 기대 이상이다. 별과 달이 있는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야간 경관이 축제와 접목되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낸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들이 야간경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꽤 큰 결실을 얻고 있다.
지평 저잣거리는 야간경관 조성에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나는 감히 단언한다. 지평면은 오랜 세월 군사지역으로 묶여 발전 속도가 느렸다. 그래서 지평면사무소, 지평 저잣거리, 지평 양조장 등을 돌아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 4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지평 저잣거리를 걷다 보면 문득 10대 시절을 함께 보낸 옛 친구가 어깨를 툭 칠 것 같다. 최근 레트로 감성, 복고적인 아날로그 감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 지평면이 제2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란 확신이 든다.
도시 재생 그리고 생활권 브랜딩
지난 3년간 지평면 지역 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평면의 다음 발걸음은 도시 재생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거점지 조성사업 추진위원에게 누누이 말씀드리고 있다. 도시 재생은 지역의 특색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물리적인 환경뿐 아니라 경제ㆍ사회ㆍ문화ㆍ복지 등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활성화하는 사업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경쟁력 확보이다. 특히, 지평면은 도시 재생 활력소가 곳곳에 배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권장하고 싶은 건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사업’이다. 생활권 브랜딩은 올해 처음 시행된 사업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지역 활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이 가진 자연환경이나 문화 등 고유성을 함께 활용하고 나누며 지역 공간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지평면은 이미 로컬브랜딩 씨앗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싹을 틔우고 함께 키우면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는 ‘얼마나 깊이 고뇌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인간의 외적 삶은 좌우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지평면을 응원하며 “지평 너의 느낌표를 믿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평이 이름만으로도 모두를 설레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