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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월면 지역 역량 강화(1)

주민 뮤지컬, 건조한 일상에 촉촉한 감성 심기

by 홍안유

묵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입니다. 2024년이 가기 전에 나름 치열하게 달려온 한 해를 잘 갈무리해야 더 좋은 새해를 맞을 수 있기에 올 한 해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지역 역량 강화를 통해 달라진 주민의 삶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단월면 주민과 동고동락(同苦同樂) 한 시간이 햇수로 3년입니다. 이 3년 동안 저는 단월면 주민 덕분에 철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하지요. 철부지의 어원은 계절의 변화를 모른다는 뜻을 가진 절부지(節不知)라고 하는데 솔직히 단월면 주민을 만나기 전에는 절기의 변화를 잘 몰랐습니다. 단월면을 오가는 3년 동안 12번 계절의 변화를 체감한 일도 감사하지만, 농사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땀 흘리고 애를 태우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진짜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를 거친 점이 제게는 큰 소득입니다. 비로소 조금 철부지를 면한 것이지요. 철 따라 변화하는 자연처럼 순응하자는 겸손함과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저 자신에 대한 격려가 지금 제 안에서 솟구치는 걸 보면 철이 든 게 맞는 거 같습니다.


단월면 주민 뮤지컬 첫 단추


2022년 11월 ‘단월면 기초생활거점 사업 지역 역량 강화’를 시작하면서 저희가 제일 앞에 두었던 목표는 ‘단월면 정체성이 반영된 콘텐츠 개발과 콘텐츠 키움’이었습니다. 잘 만든 지역 콘텐츠 하나가 열 효자 부럽지 않다는 믿음 때문이었지요. 주민과 함께 지역에 숨어 있는 자원을 발굴해서 콘텐츠 다시 말해 상품으로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직접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 좋다는 쪽과 지역의 자립 기반 마련이 중요하니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달라는 쪽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지요. 노래, 체조, 요가 등 단일 프로그램 몇 회 진행하면 할 때는 쉽습니다. 하지만 지역과 주민에게 남겨지는 결과물이 빈약했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하여 단월면에서는 음악, 무용, 문학, 미술 등을 종합한 ‘단월면 주민 뮤지컬’을 만들자고 지역 리더와 주민을 설득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부딪힘이 클 거라 예상했습니다만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에 직면할 때가 부지기수였고요. 쉬운 길로 가고픈 유혹이 수없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다행히 주민분들이 “우리 잘할 수 있다” 용기를 주셨고, 한 분 한 분 동참해 주셔서 ‘주민 뮤지컬’을 문화·복지 프로그램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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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뮤지컬의 ‘뮤’자도 몰라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요. 첫 도전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반은 성공한 셈이라는데 주민 뮤지컬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023년 봄, 단월면 전역에 주민 뮤지컬 단원 모집 현수막을 걸고 주민 자치센터와 마을회관에 모집 포스터를 붙이고 각 마을 이장님을 통해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하지만 마감일이 임박해도 최소한의 인원도 모이지를 않았습니다. 참여를 꺼리는 이유도 “뮤지컬 뮤 짜도 모르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무슨 배우가 된다고?” “농사짓기도 바쁜데 노래 부르고 춤출 시간이 어딨 어?” “해 봤자 애들 학예회 수준만도 못할 텐데?” 등등 다양했습니다. 저는 꽉 닫힌 주민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자신감이라 믿었습니다. 뮤지컬에 필요한 최소의 인원이 안 되더라도 모이신 분들에게 일단 판을 깔아드리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오디션이라는 명목으로 참여하겠다는 주민에게 단월면 복지회관 대강당 무대를 선물했습니다. 한 분 한 분 무대에 올라 춤을 추시고, 노래를 부르시며, 기타 솜씨도 뽐내셨습니다. 부끄럽다고 몸을 꼬며 무대를 내려오는 주민의 모습에서 자신감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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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뮤지컬 목표와 운영 방안


2023년 6월 1일 주민 24명을 모시고 뮤지컬 1차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주민께 주민 뮤지컬의 1차 목표가 “10월에 열리는 ‘단월 문화의 밤’에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과연 할 수 있겠나?”라고 물음표를 던지는 분도 계셨고, 저는 대본, 음악, 안무, 무대 미술, 감독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초빙 맞춤 교육을 할 것이며, 단월면 정체성을 반영한 단월 뮤지컬 창작 대본 <단월 연가>를 주민과 함께 집필한 후 이를 기반으로 한 집중 훈련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두 거치면 주민 맞춤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력도 배양되고 향후 차질 없이 주민 스스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실행력이 길러질 것이라 소상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10월 공연을 목표로 매주 1회 이상 강한 교육과 훈련을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울러 단월면 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새로 들어설 단월 복합 문화센터 핵심 콘텐츠를 주민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단월 주민 뮤지컬이라고 다시 한번 못을 박고 단월 주민 뮤지컬 <단월 연가> 공연하기 대장정의 첫 단추를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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