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는 밤에 더 붉게 핀다

# 사랑, 그 여백 31

by 김백



해당화는 밤에 더 붉게 핀다


그녀의 귀가는 늘 어둠이 뒤엉킨 혼음의 시간 산복도로는 부랑의 신발을 신고 바다를 내려다본다


외항선 불빛이 하나둘 게걸음 치면 항구는 슬금슬금 제 몸을 벗는다 쪽방까지 따라온 밤의 헛것들이 허기진 숨 냄새와 바닷새 울음소리를 받아 적는다


여자는 검은 밤을 몽땅 쏟아내고 나서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얼굴을 다시 쓴다


모나리자 헤어스타일로 생의 절반을 가리는 건 슬픔을 지우는 방식


세상 반쪽만 보고 사는걸요


그녀의 눈물은 하얀 모래 언덕 어디쯤 고여 있을까


샐비어 술집, 무적이 길게 울면 굽 높은 드레스 속에서 해당화 한 송이 붉게 터진다


발광發狂하는 플로어, 발광發光하는 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