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그 여백 36
귀촌 마을 후미진 길가
누군가 허물처럼 벗어두고 간 빈집 한 채 있다
마당 가 늙은 산수유나무 한그루
제 몸 태워 노랗게 끓어 넘치는데
빗물 고인 독 뚜껑엔 여윈 낮달 떠 있고
그을린 알감자 같은 담장 돌
봄볕에 졸고 있다
긴 봄날 해 기울면
봉숭아 물든 손톱으로 긁었을
저 독 바닥 슬픔이
노란 꽃그늘에서 혼자 웅웅 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