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여백 35
노포동에서 지하철을 탔다
예닐곱 살쯤 되었을까
맞은편 여자아이 무릎에 앉아
또르르 눈망울 굴리던 진달래꽃이
날 보고 방긋 웃는다
아버지 풀지게에 걸터앉아 나풀거리던
그 웃음이
환한 전동차 불빛 아래서
화알짝 피어나고 있었다
사금파리에 묻어나던
누이의 빛깔로
서면역 지날 때
아이의 고개가 스르르 꺾어지더니
꽃송이 하나가 툭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내 가슴에서 슬픔 하나가 툭
고개를 떨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