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을 향한 걸음 2
처음으로 예술경영에 발을 들이고, 첫 작품을 맡았을 때, 나는 정말 그렇게 믿었다. 기획하고, 예산을 짜고, 홍보 전략을 세우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숫자와 전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로 가득했다. 예술과 경영, 이 두 세계의 균형을 찾는 일은 그저 매뉴얼을 따르는 것 이상이었다. 두 개념은 마치 서로 다른 원리를 따르는 듯했다. 예술의 감성과 자유로움, 경영의 논리와 체계가 만나면 조화를 이룰 거라 예상했지만, 한쪽의 방식만을 고집하면 균형이 쉽게 무너졌다. 예술을 경영의 틀로만 해석하면 본질이 사라졌고, 경영의 전략 없이 예술만을 추구하면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혔다.
그렇다면 예술경영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두 요소를 적절히 섞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이 개념을 어떤 행위로 바라봐야 할까? 그리고 예술경영인으로서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이 고민은 개념적인 혼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과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예술경영의 본질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예술과 경영, 본질적인 차이
시작은 예술과 경영, 각각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두 개념이 충돌하는 명확한 지점을 확인해 나갔다.
표로 정리해두고 보니, 예술과 경영이 단순히 결합될 수 없었던 이유가 분명해졌다. 두 개념은 본질적으로 너무나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이 자유롭고 비결정적인 성격을 지녔다면, 경영은 질서와 체계를 통해 구체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술은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흐름을 따르지만, 경영은 체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방식을 요구한다. 예술이 자유로운 창작의 영역이라면, 경영은 명확한 목적과 성과를 중시한다. 결국, 단순히 두 개념을 ‘합친다’는 방식으로 예술경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술과 경영을 완전히 분리해 바라볼 수도 없었다. 둘이 따로 움직이면, 서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목표만을 좇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어느 한쪽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예술이 지속되려면 경영이 필요하고, 경영이 예술을 단순한 상품으로 소비하지 않으려면 예술의 본질을 존중해야 한다. 두 개념은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중한 조율이 필요했다.
이 딜레마 속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딜레마 자체가 예술경영 아닐까? 예술이 사회적 가치를 가지는 순간부터, 예술과 경영의 관계는 언제나 고민의 대상이었고, 명확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이 과정 자체가 곧 예술경영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예술경영의 본질은 충돌 자체를 해결하기보다, 그 속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끊임없는 여정에 있다.
예술경영은 균형을 조율하는 과정
결국, 예술경영은 단순히 예술과 경영을 합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균형을 이루도록 조율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마치 점토처럼 하나로 뭉쳐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울의 두 끝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세밀한 작업에 가깝다. 결합이란 두 개념이 하나로 섞여 새로운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것이지만, 균형은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유지한 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예술경영’을 이야기할 때, 두 단어를 띄어 쓰지 않는 이유도, 그리고 새로운 단어로 바꿔 말하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예술과 경영을 따로 떼어놓거나 새로운 개념으로 뭉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경영이기 때문이다.
이때, 예술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경영인이다. 예술경영인은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사회와 조화롭게 연결하는 가교이자, 예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는 존재다. 예술과 경영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조율하며, 마치 실을 팽팽하게 유지하듯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한다. 가령, 예술경영인은 창작자가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그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정적 구조와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예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략을 기획하는 일도 포함된다. 결국, 예술경영인은 창작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예술이 단기적인 흐름이 아닌 지속적인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조율한다.
예술경영은 ‘우리가 꿈꾸는 예술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예술경영인은 예술과 세상을 연결하는 수호자이자 대변인이다. 그 과정이 언제나 정답이 있는 길은 아니다. 예술과 경영은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요소들이 많고, 어떤 선택을 하든 딜레마는 남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순과 긴장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경영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내가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술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현실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예술경영은 이러한 예술의 힘을 실현하고, 세상과 예술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경영인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이해하고, 사회와 연결하며, 그 가치를 대변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예술과 경영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 나가며, 예술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지키고 연결하는 예술이, 또 다른 시대의 빛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