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을 향한 걸음 1
나는 대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대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어느 대학에도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미 없이 4년을 보내는 건 시간 낭비, 그리고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했다. 버틸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외고에 다니는 동안, 지필평가보다는 수행평가와 동아리 활동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수행평가는 주제도, 표현 방식도 전부 내가 정할 수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나만의 탐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흥미를 가지는 주제, 스스로 찾아보고 싶은 것들을 연구하는 시간이 더 의미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대학을 정해서 써 오라고 했다. 나는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어딘가 불안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대학이 내 길이 아니라고 확신했지만, 그럼 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그렇다고 친구들이 준비하는 대학을 따라가는 건 싫었다. 흘러가는 대로 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내 방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 기대 없이 대학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익숙한 학과들이 나열된 목록을 훑다가, 처음 보는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예술경영’
예술과 기획, 그리고 내가 관심 있던 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대학이라는 곳이 그저 억지로 발을 들여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진짜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동안 대학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건, 내게 맞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건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 순간, 마치 막막한 길 위에서 뜻밖의 이정표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대학이라는 공간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입시를 하기로 결심했지만, 한 가지에 올인하는 건 위험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입시를 준비해보니, 서울예대 하나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했다.
이미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학생부를 챙기는 건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예술경영을 준비할 때 학생생활기록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나는 애초에 입시를 위해 학생부를 채운 것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해온 나의 활동들, 그 시절의 내 생각들을 기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다. 기억을 정리하고, 나의 발자취를 남기는 일이었다. 그렇게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채우다보니, 어느새 나의 생기부는 20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 입시에서도 도움이 됐다. 서울예대는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지만, 다른 대학에서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대학에 제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경영을 준비하면서 내 발자취를 돌아보는 과정에서도 중요했다. 어떤 경험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는지, 무엇을 배웠고 어떤 방향을 고민했는지를 기록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나만의 예술경영적인 사고방식을 정리해 나갔다.
입시는 한 곳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를 마련하고,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실제로 다른 대학에도 합격한 상태에서, 서울예대를 선택했다. 그래서 후회 없이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입시는 전략 싸움이라는 것. 모든 걸 잘하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게 된다.
나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국어와 영어만큼은 확실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 특히 서울예대는 국어와 영어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 두 과목은 확실하게 챙겼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과 쪽에 큰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수학은 그냥 평범하게 했다. 서울예대 입시에서 수학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나에게는 긍정적인 요소였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포기한 건 아니다. 나는 국어와 영어에는 확실하게 힘을 실었다. 만약 수학도 포기하고, 국어와 영어도 포기했다면? 그건 그냥 입시 자체를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 입시는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맞는 전략을 세우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경영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책으로 배운 개념과 실제 현장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