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즘 나는 20대 때의 나를 떠올리면 지금의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낯설게 느껴져.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그 시절 나에게 어떻게 그런 용기가 있었을까? 그때의 나는 불확실과 불안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
수능 점수에 맞추어 갔던 공대에서 한 달간 신나게 놀고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뒤돌아보지도 않고 자퇴서를 내고 재수하러 갔던 것, 한숨 섞인 엄마의 걱정을 뒤로하고 아무 준비 없이 혼자 터키로 여행을 떠났던 것, 내 키만큼 큰 배낭을 둘러메고 인도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것, 교사가 된 후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출을 올 때 다시 생각해보라던 주변의 이야기에도 동요하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왔던 것.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것에 긴장도 없고 두려움도 없었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불확실함으로 뛰어드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나를 확장 시켜가는 일이라는 것을 20대의 어린 내가 알고 있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20대라는 나이가 주는 본질적인 불안과 불확실이 나를 용감하게 만들었던 걸까? 불안하고 휘청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나는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