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euli Jan 09. 2019

해외 취업, 영어 실력 - 얼마나 중요한가요?

해외 취업, 영어 실력 - 얼마나 중요한가요?



외국에 살면 한국어가 점점 퇴화하는데어제는 촛농이라는 말이 기억나지 않아서 캔들 국물이라고 했다가 길바닥에서 오열했다.’

어느 SNS 계정에서 우연히 이 글을 읽고 한참을 웃었던 적이 있다아마 해외 취업, 해외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이 글에 동감하지 않을까 싶다해외 생활을 오래 할수록 한국어 실력이 퇴화한다는 느낌이 자주 들곤 한다그렇다고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원어민처럼 하는 것도 아니니 참 슬픈 현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3개 국어에서 모자랐는지 4개 국어, 5개 국어를 원어민처럼 한다는데 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언어 밖에 저장해 둘 공간이 없는 것인지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기존의 언어가 스르륵 사라져 버린다

아니러니하게도 나의 영어 실력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 보다 상하이에 있을 때 더 많이 진보했는데, 해외 취업 후 외국계 직장에서 일하면서 영어를 사내 공용어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첫 회사였던 스웨덴 교육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에는 영어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큰 애로사항 중 하나였지만반강제적으로 매일 매일 영어를 쓰다 보니 그만큼 빠르게 영어 실력이 향상됐다


어느 날은잠에서 막 깨어나 영어로 꿈을 꾸었음을 알아차리고 어찌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내가 설마 영어로 꿈을 꾼 거야?!! 
영어를 엄청나게 잘 한다는 그 잘난 엄마 친구 딸이나 한다는 짓을 내가 한 거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어 실력이 늘면 늘수록 퇴화하는 것 같은 한국어 실력과 원어민과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한 나의 영어 실력이 답답하게 느껴졌다한국인과 대화할 때는 한국어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버벅거리고외국인과 대화할 때는 영어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버벅거리고중국인과 대화할 때는 중국어 실력이 부족해 버벅거리는 재로 랭귀지 상태가 된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인 원어민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살아 모국어뿐 아니라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사람들상하이에 있는 국제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어는 물론영어와 중국어까지 유창하게 하는 한국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비루한 영어 실력으로는 외국 회사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언어에 있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던 즈음, 아이를 국제 학교에 보내는 엄마와 아이 진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요새 우리 아이를 주말에 하는 한국어 학교에 보낼까 생각 중이에요.”

아니 왜요엄마 아빠가 한국인인데 그럴 필요가 있어요어렸을 때부터 국제학교에 다녀서 중국어뿐 아니라 영어도 잘하고 거기에 한국어까지 하니 저는 XX가 정말 부러운데요저런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곧 사회로 나올 텐데그때 저는 뭐 먹고 사나 걱정스럽기도 한걸요?”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지한국어로 작문할 때 보면 맞춤법이 얼마나 엉망인지 몰라요한국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려면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한들모국어인 한국어를 잘해야 회사에서 잘 적응 할 텐데 한국어든 외국어든 이도 저도 아닌 실력인 것 같아서 걱정되더라고요.”

그러면 외국 회사에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외국 회사도 쉽지 않죠외국 회사에서 한국어를 하는 사람을 뽑는 자리는 한국어가 다른 한국인 만큼 유창하니 어렵고그렇다고 현지인들이 하는 업무를 하자니 현지인은 아니니까 애로사항이 있을 테고……”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항상 부러워했던 소위 금수저라 여기는 외국에서의 자란 아이들의 성장 배경이 오히려 취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산 한 친구가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한국어로 대화할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한국어 작문 실력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또한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영어식 표현을 많이 사용해 문장이 매우 부자연스러웠다그 친구 역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자신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 들통나 무시당할까 봐 신경 쓰인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나름의 약점이 있고 고민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모든 학창시절을 보냈고평소 한국어로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영한 번역 작업은 기깔나게 잘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강점과 약점이 있고그 강점과 약점은 모두 다르다강점과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강점인 사람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약점일 수 있다. 반대로한국에서 막 외국으로 건너온 사람은 외국어 실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누구보다 현재 한국 정세를 잘 알고 있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해 경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 대신 초심자만이 가질 수 있는 끓어오르는 열정, 그리고 어떤 업무든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이래저래 해서 해외 취업에 경쟁력이 없을 거야라는 생각은 버리자회사마다 원하는 사람이 다르고업무마다 필요한 능력이 다르다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또는 부족한 것을 생각하며 위축되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더 발전시킨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를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 취업, 스웨덴 교육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 회사 홈페이지에 내 얼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