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끝내 부치지 못한 날,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강을 건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평생 내 왼쪽을 지키던 사람이 먼저 자리를 비웠고, 빈자리는 식탁 위에 놓인 흰 접시처럼 선명하게 빛났다. 사람들은 우리를 두고 아직도 신혼 같다고 웃곤 했다. 장을 보러 가는 길에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내가 늘 차도를 향해 섰다. 습관은 칠십이 넘도록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왼쪽이 허공으로 비어 있는데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손을 뻗는다.
젊은 날 우리는 돈보다 시간을 들고 다녔다. 퇴근 후 포장마차의 주황빛 전구 아래에서 뜨끈한 어묵 국물을 나눠 마시며, 김 사이로 서로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여름 한강 둔치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반씩 베어 물었고, 녹아내린 물방울이 손등을 타고 흘러도 웃음이 먼저였다. 가을이면 은행잎이 노란 카펫처럼 길을 덮었고, 겨울이면 한 코트 안에 어깨를 포개고 입김을 나누었다. 사계절이 빠르게 바뀌어도 우리 걸음은 늘 같은 박자였다. 내 발소리가 북이라면 그녀의 발소리는 그 위를 감싸는 현악기였다. 화음이 멈춘 뒤, 세상은 한쪽 귀가 먹은 듯 서늘해졌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도 우리는 잉꼬처럼 붙어 다녔다. 아이들이 잠든 밤이면 라면 하나를 끓여 나눠 먹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면 새벽 공기가 파랗게 스며들었고, 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속삭였다. “당신이랑 늙어도 좋겠어.” 나는 그 말을 당연한 약속처럼 믿었다. 당연한 것들은 늘 오래 머물 줄 알았다. 그래서 더 단단히 붙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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