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백 번 넘게 보냈다. 보낸 메일함은 눈 덮인 운동장처럼 하얗게 쌓여 있었고, 파일 이름 끝에는 ‘최종’, ‘진짜최종’, ‘_수정본20’ 같은 말들이 꼬리처럼 매달려 있었다. 커서는 조용히 깜박였고, 클릭 소리는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처럼 방 안을 울렸다. 소리가 벽을 튕겨 돌아올 때마다, 나는 종이 한 장씩 얇아지는 기분이었다. 보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마음은 빛에 비치면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봉투가 되었다.
면접은 열 번 남짓이었다. 백 개의 문을 두드렸지만, 열 개만이 잠시 열렸다. 문들은 나를 안으로 들이기보다는, 잠깐 바라본 뒤 조용히 닫혔다. “아쉽게도…….”라는 네 글자는 늘 같은 표정으로 도착했다. 반듯하고 공손했지만, 어쩐지 차가웠다. 나는 메일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결말을 알 수 있었다.
면접 당일 아침, 지하철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구두와 운동화가 뒤섞여 바닥을 두드렸고, 이어폰 너머 뉴스 소리가 희미하게 겹쳤다. 모두가 어딘가로 분명히 향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또 한 번 ‘심사받으러 가는 사람’이 되었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단정했고, 단정함이 오히려 나와 멀게 느껴졌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보았지만, 눈동자만은 피곤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건물 앞 유리 벽은 아침 햇빛을 날카롭게 반사했다. 로비는 지나치게 밝았고, 바닥은 내 구두 소리를 또렷하게 되돌려 보냈다. 대기실에는 비슷한 색의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자기소개서를 넘기고 있었고,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무릎 위에 올린 이력서 모서리를 괜히 한 번 더 펴 보았다. 벽시계 초침이 또박또박 시간을 도려냈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심장은 얇은 유리컵처럼 떨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긴 테이블 뒤로 면접관들이 앉아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이는 펜 끝, 잠시 치켜 올랐다 내려오는 눈썹, 굳게 다문 입술이 동시에 보였다. 질문은 부드러웠지만 공기에는 보이지 않는 저울이 놓여 있는 듯했다. 나는 또박또박 답했으나, 목소리는 내 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울리는 것처럼 멀었다. 대답이 끝날 때마다 짧은 정적이 흘렀고, 침묵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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