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어김없이 불면의 시간이 시작된다. 새 날은 아직 멀고 지난날은 이미 멈춰진 시간. 머물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시간이다.
이 불면의 시간을 잘 활용해 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허사로 끝나곤 했다. 잠보다 더 좋은 걸 찾지 못한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오지 않는 잠이지만 잠을 안 자면서까지 하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랫동안 이 시간에 한 것이 글쓰기이다. 글을 쓰다 보면 한두 시간은 쉬이 지나고 그리고 다시 잠에 들곤 했다.
그런데 이 글쓰기 역시 한계가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잘 간직한 날은 글이 풍성해지지만 거칠게 지난 시간은 글로 잡아낼 수 없다.
글을 쓰다 보면 더 잘 쓰고 싶고 더 다양하게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고, 그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고 섬세함이 없는 억지스럽고 얕은 글을 쓰게 만들어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는다. 구멍이 크게 난 그물처럼 놓쳐버린 하루를 억지로 담기 싫어서 멈춘 글쓰기.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만 만지작 거려 보는 불면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