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꽈추만 아플까요?

#10 잘 놀기 위해 집을 구하다

by 효롱이

빗소리를 들으며 사각사각 만년필로 글을 적는다.

최근 평일에 자주 하는 게 필사다.

생각 외로 평도 좋고 나도 즐기고 있다.


카페에서는 시끄럽고 준비물이 있어 하기

힘든데 아지트가 생기고 할 수 있게 된 소모임이다.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하니 다소 민감한 주제도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게 되었다.


"왜 꽈추만 아플까요?"

여성 평등에 관한 책을 읽고 필사하다 소아과 의사인 분홍이 말했다.


"무슨 말이에요?"

나는 뜬금없는 이야기에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


"아이들이 생식기가 아파서 병원에 오면 여자아이도 똑같이 두 가지로 부르시더라고요."

"뭐라고 부르시는데요."

"하나같이 여자 아이도 꽈추("ㅏ"가 빠진 표현으로 썼지만 글이니 순화해서 적었어요.) 아니면 소중이라고 부르셔요."

분홍은 적고 있던 만년필을 책상에 놓으며 웃었다.


"소중이는 어떻게 보면 이해 가는데 꽈추는 신기하긴 하네요. 여자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우리 아기 꽈추가 아프다고 말씀하신다는 거죠?"

분홍은 말하고 보니, 부끄러운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재료로 고추를 자주 먹으니 이 표현은 대중에게 친숙해서 그런 것일까요?"

분홍은 나름 일리가 있는 이야기를 했다.


"저도 왠지 아기가 없지만 여자 아이라면 병원에 가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모르겠네요.

외국도 같을까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일까요"

"여성 평등에 관해 읽다 보니 이런 용어도 교육을 통해 바꾸어야 하는 것인지, 굳이 신경 쓰지 말고 명칭 하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크게 웃었다.


"소중이라는 말도 웃기네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도 궁금한 게 있어요."

"뭔대요?"

"남자 화장실에는 보통 아주머님께서 청소를 하시거든요."

"알아요. 화장실에 여성이 청소한다고 팻말 세우잖아요."

"아니요. 그냥 들어오시는 경우도 많아요. 소변 누고 있는데 벌컥 들어오세요.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는 가끔 놀래서 소변기에 바짝 붙게 되더라고요."

"그러시겠어요. 여자라 그런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왜 남성분이 없는 것일까? 청소일을 지원하는 게 여성만 있어서인지 으레 여자라고 그렇게 직원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많이 안 되는 부분인지 평소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분홍님도 환자 부모님에게 왜 여자인데 꽈추라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고, 나도 청소 아주머니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하기도 애매하다. 그냥 엄청 불편하지 않으니 암묵적으로 모른 체하고 사는 게 답인 걸까? 그냥 모든 애기들이 생식기에 문제만 생기면 꽈추만 아프게 되는 걸까?


책을 읽다 보면 물음표를 던지는 습관이 생긴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되는 거지?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게 된다. 때로는 꼬리를 문 물고기들이 그물에 계속 올라오는 기분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은데 생각들이 머리에 꽂힌 가시처럼 박혀 괴롭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꽈추면 어떻고 소중이면 어떻나

의미만 잘 통하면 되는 거지.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마음 편한 방법이건만 난 굳이 좋은 질문을 찾기 위해 노력까지 한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발제.

책도 읽고 발제도 매달 하니 이런 습관이 안 생길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된다.


답이 딱 나면 속이라도 시원한데 사실 습관이나 문화현상은 뚜렷한 이유는 없고 추측만 있을 뿐이니 결론을 못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글에 나온 이야기만 해도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고, 회원들도 책을 읽는다.

왜 그런 것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삶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냄비에 아무 재료나 넣고 맛있기를 기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프레임"으로 유명한 최민철 교수님의 책 "굿라이프"에서 좋은 삶은 품격 있는 삶이고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 말한다.


복잡하게 연결되지만 좋은 질문은 행복하기 위한 이정표와 같을지도 모른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도 그렇고 회원들도 책을 읽어 좋은 의문을 통해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일까


그놈의 "꽈추"를 시작해서 품격 있는 삶까지 언급하는 것이 다소 과격한 표현이다.

그렇지만 덕분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우리 사회에 대해 한번 더 짚어보았으니 이득이지 않겠나.


나는 글까지 쓰니, 숨어있는 현인의 답까지 기다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1부는 브런치는 아래 브런치북로 엮었으며

우리 동네에 수상한 독서모임이 있다


<구독>하시면

아침, 당신 폰을 두드리며,

따뜻한 글이 배달됩니다.

이전 08화행복한 사람들의 인생까지 베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