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이 책이 무서웠다

#11 잘 놀기 위해 집을 구했다

by 효롱이

나는 해운대 작은 맨션에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우리는 2월 끝자락에서 3월 정식 모임 책을 선정했다. 3월 책의 테마는 소설이라 여러 좋은 소설책을 회원들이 추천하고 투표를 실시했다.


최다표를 얻은 것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름만 들었을 뿐 읽지 않은 책이라 나는 흥미롭게

책 정보를 살펴보다가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마치 위장 속에 있는 어두운 감정의 씨앗을

토해낸 듯 속이 쓰려졌다.


왜 하필.....
쉽지 않겠어.
어렵겠어.
이런 책은 우리 모임에 어울리지 않아.


체코 작가상을 받은 작가라고 한다

작가는 매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살짝 살펴본 책은 마치 니체의 사상에 깊숙이 담갔다

뺀 것 같았다.


글자란 검은색 구멍을 통해 니체의 향기가 철학이란

이 세계에서 펑펑 흘러나온다.


결국 다시 니체인가.

니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니체를 알지도 못하는데 싫어할 리 없다.

굳이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무섭다.


지금은 고전을 많이 읽지 않지만 한창 읽던 시절에도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피하며 읽었다. 굳이 "피했다"라는 말을 쓴 것은 문장 그대로 의미다. 심오한 책에는 어김없이 내 앞에 나타났었고 흥미로웠지만 나는 철학의 길에 놓인 니체란 석상을 피해 돌아갔다.

이유는 니체의 광증과 불행했던 말년 그리고 초라한 죽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게 책은 에너지다.

명작일수록 그 에너지의 파장은 너무 크고 강렬함을 안다. 심지어 난 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니체의 삶이 내게 은밀하지만 광대한 손을 뻗어

그와 닮은 인생을 그려낼 것만 같았다.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지금까지도 니체를 알지 못하게 했다. 현재도 겨우 몇 가지 정보와 빈약한 자료를 통해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져 파악하듯이 어렴풋이 알 뿐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듯

도망친 질문에 영원한 안식처는 없다


마치 질문을 피하면 물음표(?)의 날카로운 끝이 낚시 바늘처럼 내 운명에 걸려 한 번씩 당겨지는 기분이다.


모임 책이 선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책을 읽기 시작한 회원이 글을 올렸다


서문을 읽는데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영원한 회귀라는 사상은, 세상사를 우리가 아는 그대로 보지 않게 해 주는 시점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 두자. 다시 말해 세상사는, 세상사가 덧없는 것이라는 정상참작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나타난다. 사실이 정상참작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심판도 내릴 수 없다.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석양으로 오렌지 빛을 띤 구름은 모든 것을 향수의 매력으로 빛나게 한다. 단두대조차도"

두 명이 답을 올렸다.

나도 잘 모르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 의문에 동참하고 싶어서 글을 적었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말하는 것 같은데요..
저 문장은 현재의 삶을 더욱 뜻깊게 여기고 충실히 살아가라. 덧없게 사라진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고 지금 느끼는 기쁨은 물론 슬픔조차 아름다운 것이다. 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밀란 쿤데라의 목소리로는 가벼움도 사실 무거운 것과 같은 무게일 수 있을 있고 모든 무게도 끝없는 가벼움 또는 끝없는 무거움을 가졌다는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그런데 적고 보니, 너무 있어 보이게 적은 글인가 싶어 다시 말하려다 그게 오히려 혼란스러울 것 같아 참았다.


한마디로 저 문장은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라"라는 말이 아닐까?


내 엉터리 말이라도 회원님은 이렇게 답변을 올리셨다.

"효롱님 답변 감사합니다^^"


나는 회원님의 대답이 마음에 들어 다시 답글을 올렸다.


정확한 표현 같아요
답변 : 물음에 대하여 밝혀 대답함
사전 정의더군요.
저도 철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니 정답은 모르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일 뿐이니
답변 감사합니다란 표현은 매우 정확하네요 ㅎㅎ


라고 말했다. 다들 생각은 있겠지만 정답을 얘기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 사회에 있어 생각이 있어도 잘 말하지 않는다.

정답이 아니라 물음에 대한 대답만 하면 된다. 그게 오히려 활발한 소통을 만들고 발전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 절반 조금 넘어서는 시점이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역시 사람이나 책이나 먼저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구나 싶다.


아직 진행 중이라 이야기를 끝맺지는 못하겠다.


이번 책에 대해 좋은 생각을 많이 해보고

니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1부는 브런치는 아래 브런치북로 엮었으며

우리 동네 수상한 독서모임


현재는 2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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