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의 인생까지 베껴보자
#7 잘 놀기 위해 집 구하기
어렸을 때 가끔 생각했다.
아지트. 친구들과 함께 하는 비밀기지가 있었으면......
꿈을 이룬 것인가. 어설프지만 아담한 아지트가 생겼다. 난 지금까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 봤다.
조용히 나누는 담화, 음식 시켜 같이 먹으며 수다 떨기, 보드게임, 닌텐도 스위치 같이하기, 글쓰기, 필사하기 등.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행복한 사람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하고 싶은 게 많은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나는 많은 할 거리 중에 이벤트로 놀 거리는 뒤로 미뤘다. 독서모임에 어울리는 글쓰기와 필사하기를 먼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인 책 읽는 사람도 많이 없는데 글쓰기 인원은 오죽하랴. 인원을 더 모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부산에 있는 온라인 카페 등에 글을 올렸지만 한 달이 되도록 몇 명이 관심을 표하다 사라졌다. 가입은 동굴에 물 떨어지듯 한 방울씩인데 나갈 때는 썰물처럼 시원하게 나가버린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손을 잡고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들어 주듯 누군가 글 친구라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래도 내 몫인걸 안다. 그나마 필사 모임이 더 가벼운 주제라서 3명 인원이 모였다. 처음에 필사를 해야지 생각한 것은 문장력을 올리고 싶어서였다. 필사모임은 나도 처음이라 참고하려고 다른 필사모임을 참고하려 찾아봤다. 이건 뭐지.
글쓰기 모임에 비해 필사 모임은 예상보다 많은데? '사람들이 이렇게 필력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니......' 나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모임들의 진행방식을 읽어보니 문장력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필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글을 적었다. 나는 당황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필사를 한다니. 난 생각도 못한 일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도 일종의 명상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한 가지에 집중을 하는데 그것이 좋은 내용의 책이라면 얼마나 효과적인 힐링이 되겠나.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모임명도 힐링 필사라 칭하고 모임을 만든 것이다.
똑똑똑.
난 문을 열면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독서살롱 하우스입니다."
들어오신 분은 처음 뵙는 회원이었다.
"네. 반갑습니다. 오 여기가 살롱 하우스군요.
단톡방에서 사진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여성 회원은 재미있다는 듯이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곧이어 분홍님이 오시고 세 명이 모였다.
"다들 안녕하세요. 이렇게 첫 필사 모임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책을 찾아봤는데 크게 필사는 전체 필사와 부분 필사가 있더라고요. 오늘은 발췌 필사를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후에 가지겠습니다."
나는 필사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근처 다이소에서 두 가지 물건을 준비했다.
원고지와 만년필. 비싼 것은 아니지만 사각거리는 촉감과 반듯한 칸에 글을 채우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와아. 원고지네요.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원고지 쓰는 법도 기억이 안 나요."
분홍은 비닐커버를 뜯으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각자가 원하는 책을 읽으며 필사를 했다. 얼마 만에 만년필로 글을 적어보는 것일까. 첫 느낌은 생소하지만 재미있었다. 가느다란 잉크로 글씨를 그리는 기분이다. 필사는 좋은 것이었구나! 천천히 글을 적으니 내용을 몇 번이나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흡수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읽으며 쓰니 집중력도 분산되어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난 한 시간 필사가 끝난 후 새로 오신 회원님에게 물어봤다.
"사실 우리 필사 모임은 처음인데 어떠셨나요."
그녀는 부끄럽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어요. 시간이 이렇게 금방 간지도 몰랐네요. 다 같이 책을 읽으니 집중도 잘되고 참 좋아요."
나는 같이 웃었다. 바로 앞에서 진행자가 웃는데 누가 싫다고 할 수 있겠나. 처음 음식점을 연 가게 사장님이 눈을 초롱거리며 맛있냐고 물으면 당연히 맛있다 하지......
그래도 빈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우리 중에도 제일 글도 많이 적고 이야기도 줄곧 잘했다.
이래서 뭐든지 한번 해보는 게 중요하다.
나도 집에서 혼자 하면 되는 것을 왜 귀찮게 나가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생각한 날에 몇 번이나 책을 읽었을까. 모임을 나갔으면 사실 더 많이 읽었겠지. 책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도 중요하다. 혼자 고전 읽기를 좋아했던 줄리아는 모임에 나와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놀란다 한다. 이렇게 사람 생각이 다양한지 몰랐다고. 혼자 책을 읽었으면 자기 생각에 묻혔을 것 같다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같이 해야 풍기는 분위기란 것도 있다. 학창 시절에도 집에 혼자 책상만 있어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 같은 보통 아이는 학교 도서관이나 독서실, 하다못해 카페에 가야 그나마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다 같이 필사를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좀 더 필사와 친해질 것만 같다. 혹시나 머리가 어지럽거나 좋은 에너지를 채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대들도 함께 하자.
힐링 필사
행복한 사람들의 인생까지 베껴보자
1부는 브런치는 아래 브런치북로 엮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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