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자의 사랑은 이래서 힘들다

#8 잘 놀기 위해 집을 구하다

by 효롱이
연애 안 한지 10년은 된 것 같아요

단정한 옷에 맞춘 고운 갈색 염색을 한 리아(별칭)님이 말했다.


"에이. 너무 과장하지 마세요. 설마요."

나는 손을 거칠게 흔들며 답했다.

그녀는 충분히 매력이 있었고, 성격도 시원스러운 사람이다. 다들 그냥 하는 말이지 사실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눈빛의 뜻을 알기에 그녀는 더욱 서글프게 웃었다.

"정말이에요."


리아 님은 모임날도 아닌데 아지트 꾸미기를 도와주신다고 나오셨다. 혼자 하면 힘든 일인데 같이 하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데, 이것도 재미다. 그런데 담화 중에 너무 의외의 말을 하셔서 다들 놀랐다.


"여자 나이 사십 살이 넘으면 어디 가서 남자를 만나요?"

그녀는 해운대가 고향도 아니고, 부산이 좋아 내려왔다. 놀기보다 일에 열심이었던 그녀는 겨울 논바닥처럼 연애 세포가 메말랐다고 했다.

사랑의 아픔은 어릴수록 컸지만, 사랑의 기회는 나이 들수록 적어진다.


모나지 않은 사람이라도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디 가서 이성을 만날 기회자체가 없다.

마음도 단단해졌지만 그만큼 현실의 문도 모질게 단단해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릴 적 사귐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것은 다르다.

조금 더 진지하고, 조금 더 어려운 것이다.

이런 "조금" 이란 단어가 조금씩 모이다 마흔을 넘어가면 "전부" 포기하게 되어 버린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은데 자신만 사랑하며 혼자 살아야 함을 인정해 버리는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절친이었던 친구도, 같이 아기가 있으면 몰라도 한 명만 가족이 생긴다면 보이지 않는 차원의 벽이 생긴다.

만날 수 있는 친구 수는 줄고 나이만 많아진다. 주름이 수만큼 한숨도 맞춰 늘어가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삶도 나쁘지는 않다지만, 원하지도 않는데 강요된 선택이라면 아프다.

어릴 적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을 많이 하라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리아 님 너무 눈이 높으신 것은 아니세요?"

"만남이라도 가져야 비교도 하죠. 마흔이 넘어가면 소개팅도 어렵고 어디 갈 때도 없어요."

"그렇긴 하죠. 남자 입장에서도 하다못해 식당에 가서 아르바이트생이 이쁘면 말이라도 거는데. 이제 그랬다가는 경찰을 부르겠죠."

리아 님은 내 말에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 님은 다시 앉아 정리하던 서랍장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 진짜 돈 더 벌어서 좋은 실버타운이나 알아보고 있어야겠어요."

"아뇨 너무 빨라요. 아직 충분해요."

얼마나 답답하면 저런 이야기를 하겠나. 그녀는 어릴 적에는 남자들이 대시도 자주 했지만 외롭지도 않았고 공부나 일에 열중했단다. 그때는 마흔이 넘어 사랑 자체가 힘들어질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자주 말씀하셨다. 이렇게 시간이 순식간에 갈 줄은 몰랐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던 부모님 나이가 가까워지니 그게 진실된 마음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시대가 변해서 마흔도 아직 좋은 시절이라 생각하지만, 사랑하기에 좋은 나이는 아닌 것인가? 사랑은 나이도 추월한다지만 그것도 앞서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앞지르기 시도라도 하지 않겠나.


"효롱님도 책임이 있어요?"

"네? 왜요?"

"저번 가을 소풍 때 타로 봐주셨잖아요."

아. 기억이 났다. 난 어렸을 적부터 타로 보기를 좋아해서 이벤트가 있으면 곧잘 타로점을 봐준다. 그때 리아 님이 봤는데 연애운이 좋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 용하기로 소문났는데 독서모임에서는 그 영묘함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걱정 마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곧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그래요? 그럼 효롱님만 믿고 기다려도 되나요?"

"아니요. 저만 믿지 마시고. 포기마시고 말도 많이 하고 찾아 다니셔야죠."

그래도 다행이다. 그녀는 집에만 있지 않고 모임에도 나오고 적극적으로 잘하고 계시니.


예전 번듯한 친구가 연애를 못하 점을 보러 갔는데 용한 점쟁이가 말이 생각났다.

"아따 이 사람아. 매일 집에만 있으면 아가씨가 하늘에서 떨어져 나 요기요 할랑가.

나가야 사람도 만나고 인연도 닿재. 집에만 있으면 옥황상제라도 아가씨는 없단 게요."


나는 살롱 하우스 베란다를 정리하며 생각했다.

조금씩 자리 잡히는 독서모임 아지트처럼,

그녀의 연애운도 곧 자리 잡힐 것이라고.



1부는 브런치는 아래 브런치북로 엮었으며

-> 클릭 우리 동네에 수상한 독서모임이 있다

현재는 2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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