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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May 08. 2023

음식에 대한 로망을 이루게 해 준 식당

행복하다

"꼬치를 배부르게 먹고 싶다."

난 어릴 적부터 닭꼬치를 좋아했다. 학교 앞 분식점에서 파는 가느다란 나무꼬챙이에 끼운 6개의 염통. 매콤한 양념을 붓으로 착착 발라 쏙쏙 입에 넣으면 행복한 맛이 났다. 지겨울 때쯤이면 아삭아삭한 식감의 닭근위 꼬치도 같이 먹어준다. 쫄깃 아삭한 식감과 매콤 달콤한 소스 맛에 지겨운 줄 모르고 계속 먹었다. 학생의 위장은 맛있는 것 앞에서 무한정 들어가는 마법의 주머니다.

나는 제한된 용돈과 넘치는 식욕의 콜라보네이션으로 항상 닭꼬치 양이 모자랐다.


지금보다 많이 어린 그땐 이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배 터지게 닭꼬치를 먹어야지.

이건 잼민 시절 내 로망이었다.


나이가 들자 근처 정겨운 꼬치집은 찾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욕망만 늙지 않고 피카추처럼 진화해 꼬치 전문점을 종종 찾아다니는 효롱몬처럼 되었다.


작년 봄, 제주도에 놀러 가서 저녁 식당을 찾던 때도 꼬치집을 찾아갔다.  치킨처럼 끈덕지게 먹지는 않았지만 어떤 마음속 소망은 계속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의 연속. 전문점,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꼬치 식당을 두루 가봤지만 만족감을 가질 수 없이 좌절감만 쌓였다. 꼬치는 여전히 너무 비싸고 양이 너무 적기만 했다.

결국 난 가격과 맛, 양까지 삼박자를 갖춘 곳은 꼬치집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며 꼬치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


하지만 얼마 전 드디어 찾았다.

마지막이란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렇게 입소문을 탔으면 혹시란 기대로 간 식당. 금손 1983

이름도 특이한 가게다.

나는 빛나는 스마트폰을 켜고 어스름한 저녁에 여기를 찾기 위해 길거리를 찾아 헤맸다.

매장은 작았지만 검은색 인테리어에 아늑한 나무 선반에서 내는 갈색이 어우러져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을 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코스 요리 같이 구성된 금손맡김차림을 골랐다.

분명 싼 가격은 아니지만 여러 꼬치집을 경험해 본 나에게는 과한 가격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단 양과 맛이 얼마만큼 따라가 줄지 궁금했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가격 때문일까

1인 1 주류 주문은 필수라는데 나는 술을 안 먹어서 2명이서 한 병을 주문해도 괜찮냐고 물으니 상관없다고 해서 추천하는 술을 주문했다.


얼마나 사장님께서 교육을 철저히 시킨 것일까

직원이 엄청나게 친절하다. 멘트도 적당한 속도에 알맞은 성량으로 기분 좋게 설명하신다. 서비스란게 이런 것이구나 싶다.

술을 주문하면 007 가방 같은 나무 서류 가방 같은 것을 가지고 오는데 다양한 예쁜 잔이 모여있었다. 이 중에서 원하는 잔을 고르라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런 이벤트가 재밌고 참신했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노력에 슬슬 더 기대하게 만든다.

부드러운 구운 아보카도를 시작으로 음식이 나온다. 역시나 고소한 아보카도는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이지만 나는 닭꼬치에 대한 생각으로 잠시 스쳐가는 인연처럼 생각했다.

드디어 첫 닭꼬치가 나온다.

오우. 만족. 어떤 곳에 가면 너무 고기 크기가 작은 곳이 많다. 일단 비주얼은 합격. 적당한 크기로 잘린 닭이 흡족하다. 잘 구워진 닭꼬치를 화로 위에 올려주셨다.

한입 먹어볼까. 응? 한 입 베어 물고 나는 지인과 눈을 마주치고 둘이 씩 웃었다.

너무 맛있다. 서로 이 정도까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이런 맛 뒤통수는 언제나 환영이다. 닭비린내는 하나도 안 나고 씹으면 잘 가둔 육즙이 가득 흘러나온다. 불맛과 어우러진 감칠맛이 끊임없이 혀를 자극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첫 고기를 먹고 이미 알 수 있었다.

여기는 진짜구나.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

이후 목살, 다리살, 염통, 식감이 재미있고 맛까지 신선했던 무릎연골까지 깨끗이 먹었다.


신기한 것은 모든 꼬치들이 하나같이 맛있는데 제각각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겹치는 맛이 아니라 그 부위에서 나오는 독특한 풍미가 가득 살아있었다. 지겹지가 않아. 재미있어. 맛있어.

나는 이런 감탄을 속으로 계속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연인부터 동성 친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좋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오래된 옛 로망을 이뤘다.

여기



나는 글에서처럼 양이 괜찮았는데

다른 리뷰에는 맛은 있지만 양이 적다는 말도 많네요.


그리고 카테고리를 아직 못 만들었는데

 식당은 해운대가 아니고 광안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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