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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Mar 04. 2023

사법고시 합격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사법고시 합격은 저 아님

가끔 삶이 힘들 때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학사장교로 군대를 갔다.

학군과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간단히 말하면 학사장교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시험을 치고 들어가는 제도다.


사법고시를 준비한다고 병역을 미루다 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케이스였다.

나도 늦게 군대에 들어왔지만

옆 방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다.

거의 30이 되어서 입대한 사람이다.

이제는 워낙 오래되어 이름도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그의 미소만 기억되는 사람이다.(편의상 민준이라 칭하겠다.)


그는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법고시를 실패한 사람은 대게 그림자가 있다.

치열하게 공부한 만큼 색은 짙다,

마치 새빨갛게 불태우고 남은 잿빛처럼.


민준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단지 키는 크지만 홀쭉한 볼만이

그가 풍족한 삶을 살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또 다르게 말하자면 그에게 어둠을 볼 수 있는 것은 지나치게 마른 볼살뿐이다.

 항상 웃는 미소와 긍정적인 태도,

언제나 건네는 유머는 태양을 얼굴에 이고 다니는 사람처럼 따뜻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하얀 치아만이 기억나는 것도 그런 연유다.


학사장교는 4개월 훈련을 한다.

짧은 만큼 훈련의 치열함은 상상 이상이다.

너무 세게 입을 다무는 버릇이 생겨서 이가 나빠질 지경이었다.

그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도 민준은 언제나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훈련을 받기 일주일 전에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민준의 사법고시 합격 소식!

민준은 2차 시험을 치고 발표 전에 입대한 것이다.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있다니.

모두들 민준을 축하했고 그는 언제나처럼 활짝 웃었다.


마지막 훈련은 험난하기로 유명한 화산 유격장에서

2주 훈련이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이 훈련을 위해 단련한 시간이 무색할 만큼 고된 하루였다.


지친 몸은 떨어진 낙엽처럼 말라있었다.

저 험준한 산골짜기로 떨어지는 새빨간 태양이 그렇게 느릴 수는 없었다. 내일이 시작된다는 공포 속에 슬로 모션 같은 시간을 체감하며 차가운 몸을 떨었다.

야간 행군을 위해 우리는 잠시 둘러앉았다.


우연히 민준이 옆에 있었다.

난 갑자기 궁금해졌다.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는지.


"민준이 형. 형은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었어?"

형은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지도 않고 씩 웃으며 말했다.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이 답을 하기 전에 당신에게 먼저 물어보겠다.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묻겠다.


당신이 사법고시를 합격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답을 내렸나. 그럼 민준이 말한 대화를 이어 가겠다.


민준은 온화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냥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것 다 사서 먹고 싶다 생각했어. 진짜 이 생각만 들었어."

나는 의외의 답변에 감기는 눈을 뜨며 물었다.

"왜요?"

"우리 집이 가난하잖아.

그래서 학교 고시반 책상을 붙여놓고 잠을 잤거든. 새벽까지 공부하다 너무 배가 고픈데

제일 작은 컵라면도 겨우 먹었어.

그때 매일 냉동을 배불리 먹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몇 년 동안 그랬으니 그게 내 소원이 되었지"

담담한 대답에 나는 몽글해졌다.

저 사람은 얼마나 많이 참으며 공부를 했었을까?


지금도 지칠 때 편의점에 가서 간식을 하며

생각한다.


이렇게 힘들어도 누구에게는 부러운 하루겠지.

투정하지 말자

도 한번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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