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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Feb 14. 2023

부자는 어디에서 운동을 할까?

해운대 센트럴 호텔 엘시티

부자는 어디에서 운동을 할까?

엘시티를 지날 때 생각했다.

여유 있는 사람은 이런 곳에서 운동하지 않을까?


며칠 전 지인이 물었다.

"효롱아 엘시티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 이용할 건데

 한 명 데리고 갈 수 있다는데 같이 가자."

내가 거기를 왜 가. 회원등록할 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하려다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나 싶었다. 고민하다 알겠다 답했다.


글쓰기란 게 우습다.

내가 경험한 세상만큼 글이 나오니까.

현실은 상상보다 생생하다. 

글 소재를 위해 한 번의 체험만큼 좋은 게 없다.  

뛰어난 작가는 방에서도 겪은 것처럼 글을 쓴다는데 내게는 딴 세상이야기일 뿐이다  

언제 어디서 이런 장면이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 경험 자체가 욕심이 났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할 것 같은 엘시티 시그니엘로 향하게 된 것이다.

입구부터 몰라서 헤맸다.

금속 조각배가 홀에 배치되어 있다. 번쩍번쩍이는게 역시 고급스러운 새 건물답다.

우리는 표류하는 선원처럼 뱅뱅 돌다가 어렵게 6층으로 찾아갔다.


간접 조명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더니 분위기가 난다.

직원분이 소개를 해 주신다.

수영장, 헬스장, 사우나 이렇게 세 군데를 직접 데리고 가서 설명해 주신다. 어디 가나 호텔직원분은 친절하시다. 난 또랑또랑하고 따듯한 이야기를 들으며 구경했다. 카운터에 제일 가까운 곳은 수영장이다.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으로 나뉜다.

밖을 물끄러미 보니 역시나 요즘 잘 나가는 수영장에는 다 있다는 인피니티 플이 있었다.

수질검사를 철저히 한다는데 물이 맑았다. 실외수영장을 가봤다.

와. 찰랑이는 수면 아래로 푸르른 바다가 넘실 거란다. 노란 과 하얀색이 섞여 밝은 빛깔을 내는 해변에 많은 사람이 색종이에 찍힌 점처럼 조그맣게 보인다.

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래서 인피니티 인피니티 하는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이런 야외 수영장들은 볼 때마다 꽉 찬 감동을 준다.


헬스장으로 가본다. 덩치 좋고 발란스 좋은 트레이너 한 분이 깨끗한 이빨을 드러내며 기분 좋게 미소 지으셨다. 고급스러운 운동기구들이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이용 방법도 모를 것 같은 장비들이다. 여기서 뛰면 땀이 금빛으로 흐를 것 같다. 오후에 가서 아무도 없어 부끄러워 기구 한번 잡지 않고 쪼르르 밖으로 나와서 사우나로 갔다.


근처 목욕탕과 비교할 수 없는 청결함이 느껴진다. 실내 인테리어도 하나같이 신경을 쓴 티가 나지만 머리를 말리고 화장품을 바르는 곳까지 개인실로 꾸며져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바닥에 물 하나 떨어진 곳 없이 관리된 복도를 지나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바다다. 바다가 보인다. 뜨거운 열기가 오르는 욕조 아래로 바다가 보인다. 발바닥이 따끔거리는 뜨거운 욕탕에 앉아서 바다와 해변을 바라본다. 이것이 신선 아니겠는가

몸이 풀리고 마음이 풀리고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다. 나는 한껏 욕탕을 즐기고 실내로 연결된 복도를 따라 수영장을 나갔다. 가는 길에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갔는데. 어. 뭐지. 대단한데. 일단 화장실이 무지 넓다. 과장을 보태면 작은 방 하나가 화장실이다. 이 칸만 그런가 싶어서 옆 칸으로 가본다. 헉. 여기는 변기에 앉으면 바로 바다뷰다. 정말 시원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군.

여기에 앉아만 있어도 내 집보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나는 화장실을 즐기고(?) 또 반짝이는 복도를 따라 수영장으로 나갔다.


아까 눈에 봐둔 야외 수영장으로 갔다.

역시나 좋은 경치다. 나는 물에 들어가 봤다. 아직 약간 쌀쌀한데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기분이 좋다. 원래 제일 기분 좋은 것은 창문을 열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바람을 느끼는 것 아니겠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느끼며 따뜻한 물에 들어가 있으니 무릉도원에 온 것 같다. 나는 물에 들어가서 한참을 아래를 내려다보며 경치를 즐기고 따뜻함 느꼈다



나는 다시 목욕탕으로 가 몸을 씻고 라운지에 잠시 앉아 있었다.


친구에게 여기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보내니

본인은 통도사에 가 있다며 새빨간 홍매화 사진을 한 장 올렸다.

나는 소파에 앉아 꽃을 봤다. 생기로운 붉은색이 스마트폰을 건너와 달큼한 향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내가 촌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런 곳에 익숙해지지 않아서인지 호젓한 자연 속에 절이 마음은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엘시티 호텔도 익숙해지면 가슴까지도 더 편해질까?


재미있기도 하고 여기도 훌륭하지만,

뭔가 세포를 빳빳이 세우고 걸어 다닌 느낌이다.

통도사 같은 절에서 꽃 따라 걸으면 머리카락마저 바람결 따라 풀어지는데.....


이렇게 잘 즐기고 비교할 필요는 없다.

다 나름의 맛이 있고, 상황에 따라 즐기면 될 뿐.

운동을 즐긴다면 해변장도 충분히 좋은 달리기 코스지 않을까? 그리고 궂은 날 내게 여유가 있다면 이런 엘시티 호텔은 또 얼마나 훌륭한 선택지겠나.


역시 나쁜 장소는 없다.

오직  나만의 마음의 방이 좋고 나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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