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롱이 Feb 13. 2023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정원

산젠인과 호센인

일본이 옆동네로 이사 온 것 같다.

다들 일본 여행이야기다. 코로나가 풀리고, 엔화가 저렴해진 덕분인지 너도 나도 일본 여행을 간다.

일본이란 미묘한 곳이다. 우리가 이토록 애증을 가진 나라가 있겠는가?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환호한다.

잠바를 던지며 옷을 거부하기도 하고

포켓몬빵을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


어떤 비평을 하기보다

내게는 그런 모습이 신기해 보인다.

연인사이도 이렇게 울고 웃으면 정이 쌓일 텐데...... 일본과 우리나라도 그런 따끈한 감정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 일본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몇 없는 해외여행이 떠오른다.

내가 비행기를 처음 탔던 것은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 제주도다. 이후 15년이 넘도록 비행기 좌석 냄새도 맡지 않았다. 그러다 손에 끌려가듯 간 곳이 대만과 일본이다. 그것도 코로나 이전에 마지막으로 간 곳이 일본 교토니까 이야기를 들으면 추억이 떠오른다.


나야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그때는 글을 쓸 생각도 없어 메모조차 안 했다.

그냥 엘리스에게 딸려가는 뇌 없는 허수아비처럼 터덜터덜 걸어 다녔을 뿐이다.

아직도 그때의 사진을 보면 볼살이 익을 것 같은 여름의 태양에 열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덥다. 힘들다. 여기는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짐꾼인가. 해외 극기 체험인가.

첫날 나를 생각하면 아문 상처처럼 아련하게 저런 감정의 기억이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교토를 생각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압도적인 녹색 향기이다.

산젠인과 호센인......


처음 생각 없이 그 녹음의 세상으로 들어섰을 때 순간 숨이 막혔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세상.
흐르는 물조차 계산 것일까?

명작 그림 구도처럼 기울어진 나뭇가지까지 완벽하다. 산젠인을 걸어가며 바닥에 낀 이끼조차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삐그덕 거리는 나무 바닥에 앉아 녹차를 마시며

난 어쩌면 평생 가장 아름다운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걸으면서 하나의 생각에 빠졌다.


가장 자연스럽지만
 가장 자연스럽지 못한 곳이 아닐까?


이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정원사가 계속 다듬고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이렇게 인간의 손길을 타는 곳은 과연 자연스러운 일일까?


나는 산젠인을 거쳐 호센인에 갔다.

그곳에서 서 있는 한 분의 오엽송을 뵈었다. 내가 왜 나무를 사람처럼 표현했는가?  7 백 년 된 오엽송이 말 못 하지만 늙은 스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름답다.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이상한 것일까.

나무도 떠나야 할 때 떠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까. 오엽송에 기둥을 박아 지지하고 있는 모습은

쉬고 싶은 나무를 억지로 깨워 놀아달라는 인간의 억지같이 느껴졌다.


일본인이 내 글을 읽는다면 미안하다.(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타국이라 깎아내릴 의사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느낀 대로 적는 글이라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다.


이래서 나는 한국인인가 보다.

분명 너무나 완벽한 운치이지만 난 아무렇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해인사 소나무들이 그리워졌다.


여행을 가고 싶은 곳과 살고 싶은 곳의 차이랄까  한 번씩 즐기는 별미지 주식으로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여행이 색다른 경험이라면 백번 추천한다.

나도 또 가고 싶다.

내 말은 그런 정원을 보며  단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음을 적고 싶었다


교토하면 초록 빛깔이 떠오르는 게 하는

호센인과 산젠인. 

나는 그곳에서 한국과 일본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감정이 두 나라 국민성의 교차점이 아닐까



<구독>하시면

아침, 당신 폰을 두드리며,

따뜻한 글이 배달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남과 해운대 아이의 공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