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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Feb 12. 2023

강남과 해운대 아이의 공부

언제나 어려운 말이다

"한 달 캠프 보내는데 700만 원이래요."

내 머리를 깎는 디자이너께서 말씀하셨다.


"정말이요? 진짜 너무 비싼데요." 나는 떨어지는 머리카락은 아랑곳하지 않고 놀라 말했다.


"여기 단골손님이 과학고 선생님이라 이야기 많이 들어요. 저도 아기를 생각하다가도 걱정돼서 그냥 둘이 행복하게 살려고요."


머리를 정리하러 광안리까지 나왔다. 공부 자체에 관심이 많은 나이기에 이런 주제는 항상  내 관심을 끈다.


최근 아이들 공부 이야기를 자주 듣는 아이들은 강남에 있는 중1, 해운대에 있는 초2 학생이다. 둘 다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라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도,

직접 보기도 한다.


소싯적 사법고시를 공부했고 2000명이 넘는 학습법 카페까지 운영했다. 공부법 연구를 지금도 종종 하고 있는데 이게 아이들까지 확장되면 너무 어렵다.


정치에 관심도 별로 없고, 그다지 나를 비교하지 않는 성향이기에 타인, 대한민국 각각의 집사정까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들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가정의 분위기도 알게 된다.


난 오래전 공부법에 대해 연구할 때 서울대생이나 선생님과도 많은 인터뷰를 했었다.

생각해 보면 직업으로 학부모님과 상담하며 공부에 대한 계획 및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으니 적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다.


해운대와 강남은 오래 전도 이 정도까지 심했을까?

아니면 시대가 변한 것인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요즘 명문대 보내는 법에 관한 흔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자녀를 명문대생으로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 재력, 아버지 무관심 그리고 어머니 정보력이 중요하다"

(아버지의 무관심이 아니라 인맥이 추가되었다고도 한다.)


나는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사실 부모님들은 모두 꿈꾼다. 내 아이가 공부를 너무 좋아해서 알아서 잘하는 학생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때로는 강요한다.


난 그 바람이 심한 부모님께 이야기한다.

"어머님 학창 시절에 공부가 재미있었나요?"

십중팔구는 아이고,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신다.

"그렇죠. 아이도 똑같아요. 내 아이라고 다르기 바라시는 것 자체가 본인의 욕심일 수 있어요."

라고 으레 말해주지만,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못했으니 자식이라도"라는 말. 무슨 오래된 주문처럼 하나같이 읊조린다.


뭐. 매일 하는 말이지만

그 또한 다른 이의 생각이니 내가 너무 개입할 수는 없다.


가까운 지인에게도 말을 아낀다.

이미 말해도 바뀌지 않고 분란만 일으키니 이따금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말해 보는 게 최선일뿐.


해운대 혹은 강남 학부모를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정말 태풍이 올라올 때 기상캐스터가 보여주는 구름 이동모습 같다.

강한 태풍이 상륙하면 한반도 전체가 영향권에 속한다. 원래 안 그럴 것 같은 사람도 이 지역 학부모와 이야기하다 보면 하나씩 세를 불려 결국은 거대한 흐름에 빨려든다. 이런 큰 리듬이 만들어지면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그냥 그 장단에 맞춰 정신없이 춤을 춰야 한다.


옆에서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분명 공부법 마니아 기질이 효율적인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기계적으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글을 적고, 삶을 잘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나라서, 원론적인 생각들이 뻗어가는 번개 줄기처럼 머리에 가득 찬다.

하나씩 떼어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많다. 앞으로 천천히 말해보겠다.


첫머리이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만 하고 끝내겠다.


"진정 이것이 나와 자식에게 진정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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