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 페이지

지금

by 옥상위에서

식상한 이야기지만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연극의 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들도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했던 것을 보면, 분명 나와 같은 범인(凡人)은 평생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정체성을 찾고, 자아를 실현하는 일을 게을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 자신이 '나는 ooo 하는 사람이야.'라고 나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그 정체성을 실현하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정체성이 정말 나인지,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검증하고 성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을 미루어 생각해 보면 철학적인 고찰을 하는 것보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이를 나의 정체성으로 여기며,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이 배역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만 하기보다, 내가 되고자 하는 배역인지 고민해 보고 그렇다고 여겨진다면 망설임 없이 그 배역을 맡아 연극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기왕 세상이라는 무대에 배우로 태어난 김에 한 가지 배역만 죽을 때까지 계속하다가 연극의 커튼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기는 싫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과 닮은 배역을 여러 가지 다 해보는 것이 인생 전체를 볼 때 나의 연기력을 향상시키고, 내가 할 수 있는 배역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일일 것이다.


가령 내가 인생을 엄청난 노력으로 몰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면,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는 배역을 맡으면서 연기 경험을 쌓아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최초에 내가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인생이라는 연극의 대본에서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고 몰두하는 주인공과 관련된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가는 중이다.

메서드 연기를 할 사람은 작가이자 배우인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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