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차단

배수의 진

by 옥상위에서

나와 아내는 가끔 우리 가계의 재정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 중에 내가 농담을 했다.

"나는 타고 온 배를 불태웠어요! 이제 못 돌아가요."

아내가 크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빠는 그랬을 것 같아. 배에 불을 지르는 모습이 상상돼서 너무 웃겨."


어떤 사람이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고 이를 오랜 시간 지속하면 그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행동과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아내에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내는 이런 나를 예전에는 종종 말리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생각에 대하여 많은 부분에서 동조해 주는 좋은 투자 파트너가 되었다.

비범한 삶을 살고 싶다면, 비범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 동의해 주었다.

그리고 부를 이룬 가문도 어느 시점의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미친듯한 노력으로 부를 일군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나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당신과 내가 그 미약한 출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나는 내 아이의 삶에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선물하는 사람이고 싶다.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결국 자산을 증식하고 싶은 나의 동기가 가족의 풍요와 내면의 고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아내는 이해하기 시작했고, 이를 높이 샀던 것 같다.


흔히 보는 인생 역전 스토리들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는 사람이 보여주는 집중력과 간절함, 열망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을 위험요인으로 치부하는 본능을 타고났다.

수렵·채집의 생활을 벗어나 농경·정착의 생활로 접어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날씨의 변화, 맹수의 공격 등.

삶에서 위험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고 싶은 욕구가 만들어낸 생활양식의 변화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사람은 도망칠 수 있는 퇴로가 있거나, 더 내려갈 바닥이 존재하면 변동성 또는 위험을 수용하기를 주저한다.

말도 안 되는 용기를 내려면 도망칠 곳은 없어야 한다.

다소 식상한 말일 수 있겠지만 '사즉생, 생즉사'인 것이다.


한편, 꼭 물리적으로 나를 구석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

다만 의식적으로 '나는 간절하며 모든 것을 걸었어.'라는 자기 독백 형식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잠재의식에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거기에서 오는 열망과 신념, 확신의 힘은 아마도 지구의 자전축을 똑바로 세울 정도는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타고 온 배에 불을 지르며 춤을 추는 나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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