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경쟁
어제는 아이와 수영장에 다녀왔다.
물과 친숙하게 잘 노는 딸아이는 수영장을 무척 좋아한다.
다만 아이는 이상하게 얼굴을 물속에 넣는 것에 대하여 극도로 반감을 가진다.
수영장에서 노는데 얼굴에 물이 묻는 것을 싫어하니까 수시로 수건을 가져다줘야 하는 나도 곤욕을 치르긴 한다.
그런데 어제는 수영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딸아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같이 놀기로 한 그 친구는 수영을 잘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못했었는데 연습과 노력을 해서 지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나도 오늘 해낼 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는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수영장에 도착을 했고, 아이는 친구와 재미있게 놀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뭔가 노는 중간중간에 잠수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아이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잠수를 하는 것을 넘어서 발이 간신히 바닥에 닿는 풀에 가서는 잠수를 한 채로 발을 차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생각했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수영을 해내겠다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매일 아침 아내와 아이를 향한 각각의 감사편지를 식탁에 올려 둔다. 아이에게 주는 감사편지의 내용은 주로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딸아이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이고, 정말 강하고 현명한 사람은 어제의 나와 경쟁한다는 이야기들이다.
아이는 그 편지들을 읽고는 나를 안아 주고는 한다.
다만 이런 편지들이 아이를 단숨에 변화시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아이가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편지들이 아이의 내면에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으로 아이의 노력을 칭찬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서 그만 수영장을 나가자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딸아이는 수영장을 그만 나가자는 나의 말에 조건을 달았다.
잠수 시간을 측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7초, 그다음은 17초, 22초, 23초, 30초.
아이는 한 번 시도를 하고 의지에 불타는 눈빛을 보이며 한 번 더를 외쳤다.
결국 얼굴을 물에 넣기도 싫어하던 아이가 수영장을 나설 때는 30초 간 잠수를 할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수영장을 나섰다.
그날 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아침 조깅 한 번 시작하는 것에도 온갖 핑계와 변명을 댄다.
'시간이 없다.', '그게 나에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 등.
아이들은 오히려 내면에 집중하고, 해내겠다는 열정을 이끌어내는 것에 훨씬 순수한 면을 보여주었다.
나를 돌아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