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추억

망각: 내 든든한 후원자

by 옥상위에서

2030년 4월 27일 날씨: 흐림


내 머릿속에는 두 명의 친구가 있다.(꼭 혼자 노는 애들이 이렇게 상상 친구를 가진다.)

한 명은 '추억'이고, 다른 한 명은 '망각'이다.


추억은 나와 함께 늘 같이 다닌다.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을 하고 있거나, 그만두기 어려운 생각을 하며 고통스러워할 때 늘 옆에서 나쁜 생각들을 부드럽게 옆으로 밀어내 준다. 이 친구는 많은 것들을 함께 경험하고, 그 경험을 기억 속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감정의 색으로 덧칠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좋은 기억들이 쌓이고, 예쁜 색으로 재 가공되면 추억이라는 친구의 힘은 계속해서 강해진다. 그리고 나와 유대관계도 깊어진다.


망각은 주로 혼자 논다. 그것도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논다. 그런데 나를 괴롭히는 부정적이고, 강력한 생각이 나타나면 조용히 등장한다. 그리고는 그 녀석을 잘근잘근 씹어 먹는다. 그러고는 아주 무덤덤하게 다시 자신이 있던 곳으로 간다. 생색을 내지도 않는다.


망각은 추억과 싸우지 않는다. 대신 추억이 가끔 자신의 일부를 망각에게 먹을거리로 준다. 그런데 추억도 여간 기민하고 현명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방해하는 부분만 망각에게 조금씩 나누어준다. 그래서 그런지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 그 외모는 항상 빛이 난다. 반면에 망각은 가오나시처럼 늘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하지만 항상 나의 자존감을 보호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두 친구의 존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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