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한 모금
중학교 1학년 때, 여름 방학을 마치고 2학기가 시작된 날이었다. 내 뒤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같은 반 친구가, 여름 방학 때 미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 친구가 여행 다녀온 미국 도시의 이름을 얘기했던 것도 같은데, 그때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었던 것 같고, 물론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친구는, 상당히 흥분해서 '영어 발음'에 대해서 얘기했다. 우리가 영어 수업에서 배우고 있던 영어 발음은,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자신의 오른손에 들고 있던 연필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이미, 여러 아이들이 그 친구 주변에 둘려 앉아 있거나 서 있었다.
"너, 이 연필을 영어로 말해봐!"
"펜슬?"
"내가 미국에 갔더니, 펜슬이 아니고 펜석이라고 했어!"
나를 포함한 우리들 모두는, 작은 환성을 질렀다. 반신반의의 반응이었다. 이 친구 말이 맞을까? 영어 선생님의 말씀이 맞을까? 아이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진짜야?", "설마...", "엥?" 등의 탄성 섞인 말들이 오갔다.
그리고, 그 친구는 다른 친구의 팩 우유를 집어서, 다시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이건 영어로 뭐야? 말해봐!"
"밀크쟎아?"
"아니야! 이건, 미국에서 밀크가 아니고 미역이라고 했어!"
미역이라니... 우유가, 밀크가 아니고, 미역이라니...
미국에 다녀온 친구는 교실의 60명이 넘는 학생들 중에, 단 1명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은, 펜석까지는 그렇다 쳐도, '미역?',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반응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모여있던 아이들은 하나둘씩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