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정답보다, 문턱을 먼저 읽는 사람이 앞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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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KIM


[먼저 보기 : 21. 조직은 왜 새로운 언어로 같은 경쟁을 반복하나?]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22


[정보가 많아질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읽는 감각이다.]


예전에는

정보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몰랐고,

무엇을 참고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답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많이 아는 사람,

빨리 찾는 사람이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정보는 너무 많고,

도구는 너무 빠르고,

초안은 너무 쉽게 만들어집니다.


AI를 켜면

정리된 답이 금방 나오고,

검색을 하면

그럴듯한 정보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이제는 정답을 모르는 것이

유일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자주 생기는 문제는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헷갈리는 것입니다.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

어디가 핵심인지,

지금 넘어서야 하는 문턱이 무엇인지

잘못짚으면

사람은 아주 열심히 움직이면서도

엉뚱한 데 힘을 쓰게 됩니다.


취준생은

자격증 하나를 더 따야 하는지,

자기소개서 문장을 바꿔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이 지원하는 방향 자체를 다시 봐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이 일해야 하는지,

더 빨리 보고해야 하는지,

아니면 애초에 상사가 중요하게 보는 기준을 먼저 읽어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지금 자기에게 중요한 것이

연봉인지, 역할인지, 업의 방향인지,

혹은 단지 탈출 욕구인지조차 흐려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답을 빨리 찾는 능력만이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지금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무엇을 문턱으로 읽어야 하는지를

가려내는 감각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사람이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사고를 다시 점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부터 봐야 합니다.


발달심리학자 John H. Flavell의

메타인지(Metacognition)

사람이 단지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지금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지를

한 걸음 떨어져 점검하는 능력을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정답을 많이 아는 것보다

내가 지금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는지 살피는 힘에 더 가깝습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왜 어떤 사람은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선명해지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더 흐려지는지 이해가 됩니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문제가 자동으로 풀리지는 않습니다.


도구가 좋다고 해서

핵심이 저절로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정보와 도구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더 자주

“지금 내가 맞는 문제를 풀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취준생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더 많은 준비인지,

아니면 준비의 방향을 바꾸는 것인지 구분하는 일.


직장인에게

더 오래 일하는 것이 필요한지,

아니면 무엇이 실제 평가 문턱인지 읽는 일이 더 필요한지 구분하는 일.


이직 준비자에게

더 많은 공고를 보는 것이 필요한지,

아니면 지금 자기가 왜 옮기려 하는지부터 다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한지 구분하는 일.


이런 구분은

지식의 양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자기 사고를 한 번 멈춰서 보고,

내가 지금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점검하는

메타인지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은 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습니다.


대개는 어떤 틀로,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먼저 해석합니다.


인지심리학자 Amos Tversky와 Daniel Kahneman의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s)

같은 사실과 같은 선택지도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고 해석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사람은 언제나 사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이 어떤 틀 속에서 보이느냐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이 개념은

왜 어떤 사람은 본질을 빨리 읽고,

어떤 사람은 계속 표면에 끌려다니는지 보여줍니다.


취준생은

자기소개서라는 형식 안에 들어가면

문장을 더 잘 다듬는 것이 핵심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문턱은

문장의 세련됨보다

지원 방향 자체의 일관성일 수도 있습니다.


직장인도

상사의 피드백을

“더 열심히 하라”는 말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더 많이 하라는 뜻이 아니라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먼저 읽으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지금의 불안을

단순히 회사를 옮기면 해결될 문제처럼 프레이밍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턱은

회사 자체보다

내가 반복해서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는 패턴일 수도 있습니다.


즉, 사람은

정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잘못 프레이밍 해서

엉뚱한 정답을 열심히 찾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턱을 먼저 읽는다는 것은

정답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문제로 보고 있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중요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충분한 정보와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분석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핵심을 꽤 빨리 짚습니다.


인지심리학자 Gary Klein의

인식기반 의사결정모형(Recognition-Primed Decision Model)

숙련된 사람은 완벽한 계산을 거쳐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 속에서 패턴을 빠르게 인식하고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먼저 읽어내는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을 가져오면

왜 문턱을 먼저 읽는 사람이 앞서가는지 더 또렷해집니다.


어떤 사람은

정보를 많이 모읍니다.


그런데도 핵심을 못 잡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보가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먼저 봅니다.


취준생에게는

이게 “지금 더 쌓아야 할 것이 아니라 방향을 좁혀야 할 시점”을 읽는 능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직장인에게는

이게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보고가 아니라, 무엇이 결정 기준인지 읽는 능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직 준비자에게는

이게 “지금 더 많은 선택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조건에서는 반복해서 무너지는지 읽는 능력”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문턱을 읽는다는 것은

눈치가 빠르다는 뜻이 아닙니다.


맥락 속에서

무엇이 진짜 평가 기준이고,

무엇이 그냥 소음인지,

어디에 힘을 써야 통과가 가능한지를

빨리 가려내는 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은

정답을 빨리 찾는 사람보다

문제를 더 정확히 정의하는 사람이 유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도구는

많은 답을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어떤 답이 지금 필요한지,

애초에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해야 합니다.


AI가 강해질수록

그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정답이 흔해질수록

좋은 질문과 정확한 맥락 판단은

오히려 더 희소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붙잡는 힘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의 문턱이 무엇인지,

무엇이 진짜 기준이고 무엇이 겉으로만 시끄러운 것인지,

그걸 먼저 읽어내는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문턱을 읽는 감각이 중요해질수록

결국 더 중요한 것은

문턱을 넘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아는 방향감각 아닐까요.


기회가 많아질수록

왜 사람은 더 자유로워지기보다

오히려 방향을 잃기 쉬워지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

기회가 많아질수록 왜 방향 감각은 더 중요 해지는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문제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답이 너무 많아진 시대에

무엇을 내 방향으로 삼아야 하는지 더 어렵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음글 보기 : 23. 기회가 많아질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방향감각]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24


[참고문헌]


Flavell, J. H. (1979). Metacognition and cognitive monitoring: A new area of cognitive-developmental inquiry. American Psychologist, 34(10), 906–911.


Klein, G. (1998). Sources of power: How people make decisions. MIT Press.


Tversky, A., & Kahneman, D. (1981).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psychology of choice. Science, 211(4481), 45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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