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 선택과 집중 & 최고의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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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늘어난 시대일수록, 더 많이 붙잡는 사람보다 무엇을 놓을지 아는 사람이 오래간다.]
기회가 많아지면
사람은 더 자유로워질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늘어나면
더 좋은 길을 고를 수 있을 것 같고,
예전보다 훨씬 더 자기답게 살 수 있을 것 같고,
조금만 잘 고르면
남들보다 더 빨리 앞서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기회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더 가벼워지기보다
오히려 더 자주 흔들립니다.
취준생은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질수록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가 더 흐려지기도 합니다.
직장인은
배울 수 있는 기술과 확장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질수록
정작 무엇이 자기 길인지 더 모르겠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성은 많아졌는데
그 가능성이 꼭 안도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사람이 단지 더 많은 선택지를 원한다고 해서
곧바로 더 자기 다운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부터 봐야 합니다.
심리학자 Richard M. Ryan과 Edward L. Deci의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사람이 진짜로 동기화되고 오래 버틸 수 있으려면
단지 선택지가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자기의 가치와 욕구, 자율성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은 특히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기본 심리 욕구가 충족될 때
행동이 더 잘 내면화되고 더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왜 기회가 많아져도 사람이 꼭 덜 불안해지지 않는지 이해가 쉽습니다.
문제는
기회가 적어서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기회가 많을수록
그중 무엇이 정말 내 것인지 구분하는 일이 더 어려워집니다.
취준생은
합격 가능성이 높은 길과
내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길 사이에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직장인은
조직이 높게 평가하는 일과
내가 진짜 의미를 느끼는 일 사이에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시장성이 높은 선택과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의 방향 사이에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즉, 선택지가 많아진다고 해서
사람이 곧장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기준이 없으면
더 많은 가능성 앞에서 더 많이 끌려다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회를 붙잡는 능력만이 아니라,
무엇이 내 자율성과 맞는가를 읽는 감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자율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층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다운 선택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 선택이 실제 환경과 얼마나 맞는지도 함께 경험합니다.
조직심리학자 Amy L. Kristof의
개인-조직 적합(Person-Organization Fit)은
사람의 욕구, 가치, 능력과
그 사람이 놓인 조직 환경의 요구, 보상, 문화가
얼마나 잘 맞물리는지가
태도와 만족, 지속 가능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Kristof는 개인-조직 적합을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거나 중요한 특성을 공유하는 적합성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이론을 가져오면
왜 어떤 기회는 좋아 보여도 나를 더 소모시키는지,
왜 어떤 선택은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사람은
좋아 보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자기 가치와 리듬, 강점과 맞지 않으면
오래 갈수록 소진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취준생에게
좋은 회사처럼 보이는 자리가
반드시 오래 잘 맞는 자리는 아닐 수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승진 가능성이 높고 기회가 많은 역할이
반드시 자기 다운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직 준비자에게도
시장성이 높은 자리와
자기 삶의 리듬에 맞는 자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많아질수록
사람은 더 많이 비교하기보다
더 정확히 맞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무엇이 더 커 보이는가 보다
무엇이 나를 덜 소모시키고 더 오래 살게 하는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가보면
이 시대의 커리어 자체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보입니다.
경영학자 Douglas T. Hall의
프로틴 경력(Protean Career)은
전통적인 조직 중심 경력과 달리,
이제는 개인이 자기 가치와 자기 기준을 중심에 두고
스스로 커리어의 방향을 설계하고 재구성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합니다.
Hall은 프로틴 경력을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주도하고,
객관적 승진보다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성공을 더 중요하게 보는 방향으로 설명합니다.
이 개념은
지금의 직장인, 취준생, 이직 준비자에게 아주 낯익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조직에 들어가 오래 남는 것이
곧 경력의 방향처럼 보였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경력은
한 번 정해두고 따라가는 길이기보다,
계속 수정하고 다시 묻고 다시 고쳐야 하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자유를 늘려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향 설정의 부담도 전부 개인에게 넘긴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길이 좁아서 답답했을지 몰라도
적어도 어느 길을 가야 하는지는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지금은
길은 많지만
그만큼 길을 잘못 고른 책임도 개인이 떠안게 됩니다.
그러니 프로틴한 시대의 자유는
달콤하기만 하지 않습니다.
그 자유는
내가 정말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성공이라고 부를지,
어떤 삶이 나에게 맞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정해야 하는 부담을 함께 가져옵니다.
그래서 방향 감각은
선택이 부족한 시대보다
선택이 넘치는 시대에 더 중요해집니다.
길이 하나뿐이면
그저 가면 됩니다.
하지만 길이 너무 많아지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가 더 중요해집니다.
무엇이 기회인가 보다
무엇이 내 방향을 흐리게 하는 유혹인가를 읽어야 할 때도 많습니다.
이쯤 되면
왜 요즘 사람들이
기회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지도 조금 보입니다.
문제는 능력이 부족해서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가능성 속에서
자기 기준 없이 움직이면
사람은 더 많이 움직이고도
덜 도착한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좋은 선택을 많이 하는 것과
내 방향으로 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기회를 많이 잡고도 더 공허해지고,
어떤 사람은
겉으로 화려하지 않은 길을 가도
오히려 더 단단해집니다.
차이는
기회의 양보다
그 기회가 자기 가치, 자기 리듬, 자기 방향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에서 생깁니다.
그러니
기회가 많아질수록 왜 방향 감각은 더 중요해지는가라는 질문은
우아한 조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꽤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지금은
무엇이 가능한가만 보아서는 부족합니다.
무엇이 나에게 맞는가,
무엇이 오래갈 수 있는가,
무엇이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과 연결되는가를
더 자주 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은 선택을 많이 하면서도
계속 남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길어질수록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많은 기회 중
사회가 더 좋아 보인다고 말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일까.
그리고 바로 여기서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만약 방향이 중요하다면,
우리가 지금 중요하다고 믿는 방향과 목표는
정말 내 것일까요.
아니면
사회와 조직이 오래전부터
‘좋은 길’이라고 불러온 방향을
내 욕망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
실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열기 전에
우리가 어떤 방향을 당연한 것으로 믿게 되는지 더 깊이 들어가 보려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혼란은
길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많은 길 가운데 무엇이 정말 내 방향인지보다
무엇이 더 좋아 보이는지만 먼저 배우며 살아왔기 때문에 더 커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https://brunch.co.kr/@da710e75f6be463/25
Hall, D. T. (2004). The protean career: A quarter-century journey.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65(1), 1–13.
Kristof, A. L. (1996). Person-organization fit: An integrative review of its conceptualizations, measurement, and implications. Personnel Psychology, 49(1), 1–49.
Ryan, R. M., & Deci, E. L.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55(1), 6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