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일기에서 그냥 일상일기로
식물일기를 쓰겠다고 굳은 마음을 먹고 화분을 열심히 - 나 나름대로 열심히라는 관점에서 - 돌봐주며 근근하게 글을 올리고 싶었으나. 마음처럼 바질 화분이 잘 자라주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을 안은채로 새로운 바질 씨앗을 구매 아니 입양해 왔다.
바질 씨앗은 약 '80립'이 들어있는 한 봉지가 다이소에서 1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24년 8월 12일 기준)
80립이 어느정도로 성장할 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화분이 포함된 바질 키우기가 약 2천원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80립은 마치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먹을 수 있는 식물의 종자를 보관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단 생각이 나에게는 든다.
씨앗은 가져왔겠다. 이제 드는 생각은 과연 '이 균이 잔뜩 오른 화분에 다시 심어도 무방할 것이냐?' 는 생각이다. 이런 부분은 역시 인터넷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흙위에 피는 곰팡이 '방선균'을 없애기 위해선 에탄올과 물을 적절히 섞어서 위에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또 키우다 보면 슬금슬금 올라오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넘기면서 균과 함께 키워내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나는 '박훈 Jr' 와 '박균s'를 동시에 키우게 되는 셈으로 에탄올을 섞은 물을 좀 뿌려주고, 균을 살짝 없앤 다음 새로운 씨앗을 이번엔 더욱 정성스럽게 심어봐야겠다.
한편으로 무럭무럭 싹도 올라오고 새 잎도 올라오고 있는 세티는, 분갈이를 무척 잘해준 것 같다. 이 화분을 보면서 어쩌면 집에서 키우기에는 좀 자라나서 어떤 상황에도 조금은 버틸 수 있는 화분을 조금씩 돌봐주면서 함께 하는 게 식물키우기 초보자한테는 더 맞겠다는 생각을 한다.
식물도 그렇고 사는 것도 그렇고 참 마음같지 않다.
심기만 하면 슬금슬금 자라서 어느 새에는 바질페스토도 만들고 크리스마스가 돌아와서 기분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도치 않게 씨앗이 자라지 않아 결국 죽게 만들었다거나 균만 잔뜩 올라오게 만들었다거나 하는 둥.
더운 날씨에 고생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