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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헤수스 Sep 02. 2024

자동차로 하는 여행의 안락함, 카쉬 (Kas)

유럽 운전 스타일 완전 이해

"집에 와서 운전을 하는 기분이야, 마치 예전부터 살았던 동네에서 운전 하는 것처럼"

"그러게, 빵빵거리는 소리도 없네"

"막힘없이 출발과 동시에 풀 악셀(Full Accelerator)!!"

"그래도 안전운전해!"

"그럼 늘 안전하게 하지 사람들은 모두 다 누군가랑 부딪히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안탈리아에서 카쉬로 가는 도로에서 나눈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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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카를 빌려서 우리는 안탈리아에서 카쉬로 향했다. 안탈리아에서 카쉬까지는 대략 190km 정도 떨어져있다. 고속도로(톨게이트가 없는)가 아닌 고속 국도의 형태를 계속해서 달리다 보면 해안 도로도 지나고, 해안가 옆을 굽이굽이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산등성이를 넘기 위해 아리랑거리듯 빙글빙글 운전해가는 느낌의 길들을 해안가를 끼고 운전하게 된다. 평균 속도는 굽이치는 길이라면 60에서 80으로 써있고, 쭉 뻗어져 있는 고속 국도에서는 80부터 100km까지 표지판이 서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90이상의 속도로 고속국도를 달려간다. 개중에는 너무나도 빨리 달려서 무서울 정도의 사람들도 있지만 관광지여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한다.

바닷가 근처에는 이렇게 주차들을 막 해놓는다. 도로 중앙선도 잘 안보이고.

유럽에서 운전을 해 본 운전자라면 알겠지만 중앙선의 개념이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중앙선을 노란색으로 구분하여 '여기는 넘어가지마세요' 라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흰색 점선으로 구분하거나 넘어갈 수 있는 표시를 두어 '알아서 피해가시오' 라는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해안도로에서는 반대편 차선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걸 굳이굳이 추월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해야만 한다. 


유럽에서의 운전에 대한 팁을 주자면

1. 자동차 출발 시 느긋한 출발은 거의 없다. 무조건 풀악셀 (제로백 하듯이)

2. 구간에서 일정한 속도 (평균 80 이상)가 되고 내가 늦으면 남이 피해가니 타 운전자를 의식한 길 터주기

3. 좁은 구간에서는 먼저 진입한 사람을 위해 넓은 공간에서 잠시 대기하기

4. 빠른 판단과 애매모호함을 피하기 (갈팡질팡이나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 때 길을 잘 못 들면 멀리 가서 돌아오더라도 멈춰있거나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은 피하기)


이 정도만 잘 해줘도 유럽에서의 운전은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3번을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한국의 많은 운전자들이 무조건 '머리부터 들이밀고 보는 경향이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면 나도 갈거고 쟤도 갈거면 통행이 원활한 곳에서 먼저 좀 기다렸다가 차들이 다 통행하기 좋을 때 가는 것이 비좁은 곳에 차 두대가 간신히 닿지 않기위해 아슬아슬 피해가는 상황보다 더욱 편안하고 신속하게 통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운전하다보면 비좁은 곳에 내가 먼저 진입했어도 상대쪽에서 오는 차가 멈추지 않고 무조건 같이 들어오는 경우들이 일상대다수인데, 그런 경우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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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쉬로 향하면서 만났던 해변

운전에 대한 이야기는 위까지만 하도록 하고 우리는 카쉬에 가는 동안 노래도 듣고, 해변도 구경하고 잡담을 나누면서 즐거운 드라이빙을 만끽했다. 특히, 길게 뻗은 구간이나 높은 산까지 올라가서 내려오는 구간 등은 국내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길이어서 새로운 풍경과 경험을 제공했다. 


카쉬까지는 190km 정도에 달하는 길이이다 보니, 서울에서 대전가는 것보다 조금 더 먼 거리이면서 길이 고속도로처럼 쭉 뻗어있는 도로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4시간이지만, 새로운 풍경을 구경하며 가는 이 드라이빙은 그럼에도 즐겁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 운전하다 만난 해변 

간신히 운전의 끝에 카쉬라는 마을을 만났다. 카쉬는 항구에 붙어있는 작은 마을로 항구에서부터 뒤로 뻗은 돌산에 이르는 계속 높은 언덕이 전부인 마을이다. 하지만 그 작고 고즈넉한 느낌이 그 옆에 있는 마을보다 더 안락한 분위기와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카쉬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카푸타쉬 해변으로 좀 더 넘어가면 칼칸(Kalkan)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이 쪽도 카쉬랑 비슷하지만 또 다른 더 넓고 조금 더 팬시(fancy)한 레스토랑과 숙소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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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카쉬라는 마을에서 우리는 언덕의 거의 끝에 있는 B&B가 - Bed and breakfast -  가능한 숙소를 잡았고 집주인의 연락과 따듯한 응대로 무사히 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방은 B&B이다 보니 매우 넓었는데 빌라의 한 호실을 다 빌려쓰는 규모였고 깔끔했고, 무엇보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왼) 침실과 (오) 입구 현관문 그리고 오른쪽으로 침실 문 오른쪽으로 화장실 문 캐리어 가방 옆 세탁기
(왼) 거실 (중앙) 테라스(오) 테라스에서 바라 본 노을 풍경

숙소의 이름은 EYLUL SUIT APART (구글 링크: https://maps.app.goo.gl/xM9aqUYtLnNfxctK6)


맨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섬 중 왼쪽에 보이는 섬은 그리스 소속의 섬이다. 튀르키예에 더 가까운 섬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문제로 그리스에 귀속되어 있는 섬이라고 한다. 섬에 여행가고자 한다면 아침 9시에 출발 오후 4시에 돌아오는 배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일정을 잘 잡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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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100g당 가격표를 적어 놓은 올리브 코너 (오) 치즈 코너

우리는 숙소 체크인을 하기 전에 카쉬 마을에 있는 마트에 들러서 아침에 해먹을 조식거리들을 조금 구매해왔는데 그 종류는 카이막, 과일, 올리브, 맥주, 과자 등등을 챙겨왔다. 그렇게 우리의 카쉬 여행이 시작되었다.

카쉬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오) 뒤로 보이는 돌 산은 Sleeping Giant 라고 불리우는 것 같다
카쉬마을

우리는 숙소에 있는 테라스에서 거의 모든 저녁과 아침을 챙겨먹었다. 그런데,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숙박객들과 주인집마저도 아침 점심 저녁을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 풍경이 지겨울까?"

"아닐거야, 그렇다면 저렇게 매일같이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하진 않겠지"

"그치? 좋은 건 계속 좋은 걸거야"

"정말 질릴 때까지 이렇게 좋은 풍경 보면서 일 하고 싶다"

"이 풍경을 보면서 일하고 싶다고?"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와 같은 대화를 하면서 하루를 마감하거나, 시작했다.


직접 만들어서 먹는 아침식사

카쉬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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