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출발은 했으니까 이미 반은 한 거지

by Even today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떠나온 건 분명해


가끔은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머릿속엔 물음표만 가득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묘하게 허무하다.

피땀 흘리며 안간힘을 쓴 하루를 떠올리면 스스로 대견해지기도 하지만,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살고 있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날도 많다.


이럴 땐 한 발 내딛는 것도, 멈춰서는 것도, 뒤돌아가는 것도 다 두렵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이미 내디뎠다.

어쩌면 몇 번의 도움닫기를 하며 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제의 나는 “이제 그만하자”라고 했지만, 오늘의 나는 또 “조금만 더 해보자”라고 다짐.

이 패턴의 무한루트에서 헤어져 나올 수가 없다.



나는 안다.

잘하는 것보다, 이 고통을 감내하고 유지해 내는 게 훨씬 어렵다는 걸.

이 허탈함과 무기력함은 비교 속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국 나는 돌아와 한 자 한 자 글을 쓰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골프장을 걷는다.

그러면 다시 내 자리로, 내 감정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매일 세 가지 중 하나는 꼭 하자고 다짐한다. 요가, 글쓰기, 골프.

이 셋은 모두 내 안의 생각을 끄집어내고, 나를 나답게 정돈해 주는 도구다.

30분만 이 루틴을 지켜도 내 회복력은 놀랍도록 빨라진다.

부정적인 생각에 잠긴 채 집에 돌아와도,

이 루틴을 시작하는 순간 내 생각은 바뀌기 시작한다.


늘 그랬듯 결국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가 지금 겪는 이 상황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경험치 2배를 주는 보너스 게임이 될 수도 있고,

그냥 던져버리고 싶은 쓰레기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왕이면 경험치 2배를 선택하고 싶다.


내 루틴을 마친 날은 꼭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다 생각하기 나름이지. 와, 나 진짜 현명하다.”

그리고 그날의 나를 스스로 대견해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주 골프를 치지만, 매주 다르다.

매주 다른 사색 속에 빠지고, 매주 다른 고난과 시련 속에서 살아낸다.

그리고 그런 고난을 떠올리며, 트러블 샷을 날리는 내 모습을 보면 생각하게 된다.

굳이 이런 도전적인 환경을 만든 건 결국 나였다는 걸.

성공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그 변태 같은 쾌락을 위해

일부러 더 어려운 길을 택하는 건 아닐까?


물론, 힘들자고 힘든 길을 선택한 건 아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남에게 힘든 것을 되게끔 하고 싶은 사람’이고,

‘안 될 것 같은 일’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골프에서, 그리고 삶에서도.

내가 상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했던 그대로의 샷을 현실로 만들 때 오는 짜릿함.

그게 이 여정을 계속 가게 만드는 동력 같다.



각자의 인생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누구는 빠르게, 누구는 천천히, 누구는 직진으로, 또 누구는 계속 돌아가면서 살아간다.

그러니 애초에 모두가 같은 답을 찾으려 애쓸 필요도 없다.


빨리 가는 지름길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정석이 아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다.

그 마음만 잘 따라가다 보면, 길은 결국 그 방향으로 자연스레 흘러갈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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