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은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이유
싫은데 좋아지는, 새로운 사람
낯선 사람과 골프를 치는 건 아직도 꽤 큰 스트레스다.
복장, 핸디캡, 말투, 태도, 청결함.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고, 그래서 타인을 평가하게 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도 더 단정하고, 매너 좋게, 청결하게 보이기 위해 애쓴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그 기준으로 재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라운드를 앞두면, 마음은 분주하고 여유가 없다.
괜히 내 핸디에 걸맞은 샷을 보여줘야 할 것 같고, 잘해야 할 것 같고,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 대체로 더 안 맞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다.
골프라는 게 누구에게나 잘 되는 날도, 안 되는 날도 있다는 걸.
그래서 핸디보다는 ‘짬’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이해가 중요한 스포츠라는 걸.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특히, 최선을 다해도 몰라주는 사람들, 배려했지만 더 큰 이기심으로 돌아오는 순간들을 겪은 후로는 더 그렇다.
그래서 골프는 ‘일’과 멀어야 했다.
같은 업계 사람과 치는 골프는 왠지 모르게 피로했다.
그들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는 대화와 분위기로 자꾸 몰려가는 그 흐름이 싫었다.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라운드가 좋았다.
전혀 다른 시각, 다른 삶의 속도, 다른 가치관들이 골프장 위에서 교차하고,
그 낯섦이 어느 순간 새로운 깨달음이 되곤 했다.
사람을 밀어내는 내가, 어쩌다 보니 낯선 사람들과의 골프 후엔
‘괜찮은 하루였다’고 말하는 날이 늘어났다.
골프는 그렇게 나를 우물 밖으로 끌어내는 힘이 있다.
누구나 만날 수 있고, 함께 걸을 수 있고, 새롭게 내 삶에 스며들 수 있는 시간.
좋아하는 사람과의 골프가 가장 좋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라운드가 내게 남긴 것도 꽤 많다.
아직도 사람은 힘들고, 여전히 낯선 사람과의 골프는 두렵지만
가끔은 그 ‘누군가’ 때문에 하루가 꽤 괜찮아진다.
새로운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은 골프만큼 좋은 게 없다.
내가 누군가에겐 너무 좋은 사람처럼 보이다가도, 한순간 별로인 사람일 수 있고,
반대로 처음엔 별로였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누구보다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다.
그래서 골프는, 나에게 인간관계를 가장 솔직하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