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전반적으로 지금 내 삶은, 어떤 것에도 여유를 쓸 수 없는 시기라고 느껴진다.
나를 붙들고 있는 여러 상황들이 자꾸만 숨을 막히게 만든다.
크게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이 하라고 하면 그대로 하고, 누군가 하자고 하면 뭐든 “오케이”라고 대답했던 나.
그게 무색무취의 사람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겉으론 순응하고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속으론 억눌린 감정이 쌓였고
그게 이상한 방식으로 터져 나왔다.
지금도 내 안에는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
내 경제적인 여건, 가족의 안녕, 가까운 이들의 건강 걱정까지
‘누구나 사정없는 집은 없다’고 하지만
늘 그렇듯 내 발에 찔린 가시가 제일 아프고, 가장 먼저 신경 쓰인다.
그렇다고 지금의 삶이 모자라거나 문제가 많은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고,
원한다면 좋은 음식도 사 먹을 수 있고,
필요하면 가족에게 시간을 쓰고, 건강을 챙길 여유도 있다.
사실 ‘내 삶이 여유 없다’는 판단은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다.
그런데도 왜 나는 타인을 이해할 여유가 없을까?
왜 사람을 피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자꾸 선을 긋게 되는 걸까?
정확한 답은 없지만,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을 확실히 믿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늘 다른 사람의 시선 속 ‘나’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를 대하듯, 남들도 그렇게만 보는 것 같고
결국 ‘이해하는 척’만 반복하며 마음을 닫아왔다.
골프를 칠 때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은 늘 내 스윙, 내 실수, 내 컨디션으로 가득하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조금 내려놓고,
동반자와 웃고 이야기하고,
그들의 공을 한 번 따라가 주고, 필요한 조언은 나누고,
가끔은 잘하는 사람의 스윙을 옆에서 흘끗 보기도 하며
그렇게 쳤던 날이 훨씬 더 나았던 것 같다.
그게 여유였던 거다.
타인을 바라보는 여유, 내 시선을 바깥으로 확장하는 마음.
골프도, 관계도, 그렇게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요즘에야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골프는 그런 ‘적당함’의 필요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 아주 좋은 운동 같다.
힘을 너무 주면 되려 더 안 나가고, 너무 풀어도 방향이 흔들린다.
마치 사람 관계와도 같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힘, 그리고 그날의 바람과 잔디 상태를 인정하며 치는 것.
무조건 내 방식대로 치려고 하면 깨진다.
조금만 내려놓고, 함께 웃고, 같이 걸어주고,
남의 공도 한 번쯤은 따라가 주는 그 마음이 결국 내 스코어까지 좋게 만든다.
결국 골프도, 관계도, 나 자신을 너무 들여다보기보단 남을 인정해 주고 헤아려보고
이해해야 내가 보는 시선이 편해지고
남들이 보는 내 시선도 예뻐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끔은 옆도 보고, 멀리도 보면서,
그렇게 한 홀, 한 홀 넘어가는 게 더 좋은 플레이라는 걸 알았으니 조금의 여유가 더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