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움이 주는 선순환
새로운 골프장으로 홈코스를 옮겼다.
첫 코스와 작별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였다.
일은 점점 바빠지고, 골프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은 더 소중해졌다.
결국 나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거리’였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 확신이 들자마자 등록했고, 단 이틀 만에 홈코스가 바뀌었다.
지금 내 집에서 골프장까지의 거리는 단 7분이다.
단순한 거리의 차이가 아닌
시간표가, 하루의 리듬이,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
년 회비 외의 비용 하나 들이지 않고도 샷, 어프로치, 퍼팅까지 연습할 수 있는 환경.
일을 마치고 찾아가면 놀랍도록 한적한 골프장.
그 안에서 나처럼 ‘조용히, 집중해서’ 연습하러 온 사람들이 몇 명 있을 뿐이다.
그 시간만큼은 필드를 통째로 빌린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예전엔 생각만 하고 미뤘던 어프로치 연습도
“나중에 하지 뭐”가 아니라 “지금 가자”로 바뀌었다.
바로 가서, 바로 해보는 이 짧은 실행력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연습하고 싶다’는 말은 결국 ‘잘하고 싶다’는 말과 같다.
예전 홈코스에선 점점 연습에 대한 의욕이 줄고 있었다.
지루해졌고, 뻔해졌고, 흥미도 떨어졌었다.
그런데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자 마음이 달라졌다.
이왕 옮긴 거 잘해보자. 꼭대기 가서 이름 하나 새겨보자.
도전의식과 함께 실력 욕심도 다시 살아났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시작된다.
연습을 더 자주, 더 진지하게 하게 되면서
삼각대도 사고, 연습기구도 다시 주문했다.
조금씩 변하는 내 자세와 궤도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마음 한 켠엔 지금 핸디캡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은
작은 목표도 자라고 있다.
물론 매일 갈 수는 없지만,
“매일 갈 수 있는 거리”라는 사실 자체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누군가에겐 가까운 헬스장이, 누군가에겐 가까운 일터가 기쁨일 테지만
나에겐 골프장이 그렇다.
그게 참 소중하다.
예전엔 “가야 한다”, “가서 연습해야 한다”는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이유 없이 집에 들어가면 골프장에 가고 싶다.
라운딩이 없어도 잔디를 밟고,
질감을 느끼고,
잠깐이지만 내 스윙을 한 번 점검하고 오는 시간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
실력은 꾸준함에서 온다.
끈기와 반복, 그리고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
집과 가까운 이 골프장이 나에게 그 ‘꾸준함’을 만들어준다.
하루에 100분보다,
하루에 15분씩 일주일에 100분을 채우는 게 더 어렵지만 더 값지다.
연습하러 간다기보단,
기분 전환하러 가고, 나를 점검하러 가고
스스로를 정리하러 가고,
“오늘도 이 바쁜 와중에 다 해냈다!”는 마음으로 자존감도 채워온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질 만큼, 마음이 풍성해진다.
내 하루의 좋은 루틴, 선순환의 시작이다.
이제 클럽 스태프들도 이렇게 말하게 만들고 말 거다.
“어? 또 왔어요?”
“또 연습해요?”
“아이고~ 내가 지지, 엘리한테는 못 이기겠어~”
하며 농담처럼 건네는 말들이 꼭 들리도록,
눈에 확 띄게 연습벌레가 되어야지.
이렇게 나도 조금씩, 골프장과 함께 익숙해지고 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일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지 모른다,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나의 모습이 너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더 야무지게, 더 즐겁게, 더 멋지게 잘 해내보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지금은 제일 중요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