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행은 사람공부다.

모든 사람에게 배울 것은 있더라.

by Even today



나는 나보다 나이가 비슷하거나 어린 사람들보다, 어른들과 함께 있는 게 훨씬 편하다.

비슷한 또래에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고, 괜히 눈치를 보게 되지만

어른들에겐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것이 손해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런 마음을 알아보고 관계를 귀하게 여겨주는 따뜻함이 있었다.


골프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내 골프 지인들은 나보다 10살, 20살 이상 많은 경우가 많다.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나이 든 사람들에게 더 여유 있게 열릴 수 있는 취미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번 여행도 역시,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들과 함께하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도, 단점도 있다.

흠만 보려고 하면 끝없이 흠만 보이고,

좋은 면을 보려고 하면 또 그렇게 보인다.

이번 여행엔 아주 친한 지인이 없었기에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언제나처럼 “말은 아끼고, 괜히 가르치려 들지 말자”는 마음만 품고 떠났다.


생각보다 너무 즐거웠다.

같은 직종의 사람들과 골프 치는 걸 꺼리는 나지만,

이 팀은 오히려 눈치가 빠르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들이 많았다.

피해주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조심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고,

그런 사람들에겐 나도 더 잘해주고 싶어졌다.


반면,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에겐 공조차 찾아주기 싫어지는 내 마음도 알게 됐다.

말을 많이 하고, 웃겨주려는 사람이라도 정작 라운드에서는 자기 플레이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그 사람의 모습은 골프할 때 더 잘 보이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크게 느꼈던 것,

‘이렇게는 나이 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라운드를 마치고 저녁 식사 후,

어프로치 게임을 가볍게 하자며 장비를 가져온 분이 있었다.

단순히 청소 당번을 정하기 위한 게임이었는데,

어느 한 분이 너무 진지하게, 진심으로 경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죽자고 덤벼들며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에 깜짝 놀랐다.


맞는 말만 골라서 하지만, 도무지 듣고 싶지 않은 말투.

너무 치사해서 같이 공치기 싫어질 정도였다.

이런 별거 아닌 상황에 그렇게까지 목숨 거는 걸 보니

“다시는 이 사람과 라운드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행을 함께한 사람들 중 몇은 다시 볼 것 같지만,

몇몇은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싶었다.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돌아보게 됐다.


즐겁자고 떠난 여행이, 단 한 사람의 태도 때문에 흐려지는 그 감정.

사람이 좋으면서도 싫어지고, 그 한 명 때문에 그 전체가 피곤해지는 것.

분명 좋은 사람이 더 많지만, 결국 피하게 되는 이유는 그 불편함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말한다.

사람공부, 딱히 필요 없다.

골프 한 번, 골프 여행 한 번이면 다 보인다.


사람공부란 꼭 배워야 할 것만이 아니라,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것도 배움이 된다.

그리고 그런 배움은 골프처럼 날 것으로 다가온다.



같은 공을 바라보며 함께 걷지만,

사람 사이의 거리만큼은 여전히 조율이 어렵다.


설렘으로 떠났던 골프 여행,

코스는 아름답고, 레이아웃은 멋졌고, 자유로움, 날씨 모두 충분했지만

사람들의 감정들은 점점 틀어지는 게 보였다.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걸까? 싶다가도,

분명히 그 속에서 얻은 ‘배움’은 남았다.

나도 그런 민낯을 보이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고,

그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배웠다.


골프여행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는,

누가 여유 있는 사람인지,

누가 감정 기복이 심한지,

배려하는 사람과 자기만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 잘 보인다.


그리고 중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어떻게 대처하는 사람인가’가 결국 그 사람의 본질이라는 것.


그래서 골프 여행은 사람 공부다.

사람을 들여다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가장 날 것의 배움이기도 하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