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골프에 미치다.
또다시 시작된 이 골프 열정.
6개월간 타올랐다가, 6개월간 단지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구나’를 절감하고 좌절했다.
연습을 멈추고, 그저 즐기기 위한 골프를 쳐왔다.
그러다 새로운 골프장에 들어오면서 잘 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됐고,
다시 한번, 나도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 사람들처럼 점점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고 싶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치는 골프는 수치로 고스란히 남는다.
홈클럽의 크고 작은 컴페티션이 매일 열리니, 그 기록 속에 내가 원하는 숫자가 새겨지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온 건 정말 잘한 선택이면서도,
지금 내 생활패턴을 보면 내 삶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덧 집착이 되어 있었다.
집안일은 미루고, 어떻게든 연습을 가려하고,
일도 가능하면 미뤄 골프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보바와의 산책마저 ‘최소한’으로 줄여버린 나.
그런 나를 보고 한심스럽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얻은 건, 더 높아진 스코어.
그리고… 정신없이 골프에 몰두하다가 물에 빠진 내 버기, 골프가방, 휴대폰.
한 달 내내 연습과 라운딩으로 꽉 채운 탓에 집중력은 흐트러졌고,
호주머니에 있던 리모컨이 눌리면서 내 모든 장비가 강에 빠져버렸다.
욕심이 만들어낸 혼란스러움, 번잡스러움…
정신도, 생활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좌절감을 안고, 혼자 저 바닥에서 흠뻑 젖어 있었다.
내가 생각하던 건 욕심이 아니라 진심이었는데,
실은 나를 위한 진심이 아니라,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즐기려 했던 취미가 어느새 일상의 즐거움을 앗아갔던 건 아닐까?
열심히 써온 공책을 누가 와서 확 찢어버린 느낌이다.
그 무너진 마음을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지 몰랐는데,
그 순간에도 나를 붙잡아준 사람들 덕분에
버기도, 휴대폰도, 내 마음도 다시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날 이후,
“그래, 너(골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안 쓰는 장비는 다 정리하고, 새로운 퍼터를 사고, 레슨을 받을 용기까지 얻었다.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이다.
욕심이 나를 망치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나는 아직 몰라서,
그래서 더 확인해보고 싶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때론 나를 지옥 끝까지 밀어붙이고,
감옥 같은 일상에 가두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 마음을 껴안고, 달래고, 이기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법을 배운다면
나는 내 삶에서도 더 단단해질 수 있진 않을까?
물에 빠진 장비처럼, 나도 고장 난 게 아니길.
잠시 젖었을 뿐이길 바란다.
고장 난 줄 알고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걸
인생에서 수도 없이 겪어왔으니까.
내가 나에게 걸었던 기대,
그 이상이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단 걸 이제야 안다.
한 달 만에 나아질 거라 믿은 건, 과한 욕심이었을지도.
하지만 미워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배우고, 성장하면 된다.
그게 내가 골프를 치며
삶을 배워가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