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장비짤 아니라 멘탈빨

인정하는데 오래 걸렸다.

by Even today



골프는 장비보다 기술적인 스윙,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멘탈.

그걸 인정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나는 내 스윙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문제는 퍼팅.

몇 번의 퍼터 실수만으로 내 스코어는 10타까지 왔다 갔다 한다.


파 5에서 2 온하고도 4펏한 적이 수두룩했고,

파3에서 내리막 6걸음 거리에서 홀을 넘겨 그린 밑으로 내려보낸 적도 있다.

1미터 내리막 슬라이스라인에서 3펏으로 보기한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린에 올라갈수록 두렵다.

이쯤 되면 퍼팅 입스가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연습그린에서는 잘 들어가던 퍼팅이 실제 라운드만 들어가면 말도 안 되는 실수가 반복된다.

짧은 퍼팅을 놓치고, 긴 퍼팅도 감이 없어지며 나를 흔들었다.


‘왜 이렇게 안 될까?’

노력은 분명히 했다.

첫 번째 좌절은 그렇게 찾아왔고, 그 후로 한동안은 ‘그냥 재미로 치자’는 마음으로 돌렸다.

하지만 다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두 번째 연습의 시기가 시작됐고,

그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퍼터를 여섯 번 바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어릴 때 썼던 퍼터가 말렛이 아니라 블레이드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퍼터는 내 키와 맞는 33인치였고,

지금까지 써온 34인치 퍼터들은 어쩌면 내 자세와 전혀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퍼팅 매트 위에 고무줄을 묶고, 짧은 길이로 설정해서 연습해보니—유레카.

중간에 딱 정타 맞는 소리와 타구감이 손끝에 전해졌다.

나는 드디어 ‘이 퍼터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어쩌면 이건 퍼터가 아니라 내 마음을 리셋하기 위한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의심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나를 다시 믿고 싶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걸 쓰고 있었던 거라 믿고 싶었다.


짧은 퍼팅은 긴 인생을 닮았다.

가까울수록 더 조급해지고, 더 흔들린다.

멀리 있는 인생은 오히려 덜 포커스 되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바꾸고 싶었던 건 퍼터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신뢰,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싶은 내 마음이었다.


골프는 늘 그런 것 같다.

될 것 같은데 안 되고, 안 될 것 같은데 갑자기 되는.

한 끗 차이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고,

선택에는 항상 후회가 따라온다.


나는 그동안 퍼터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사실 퍼터는 멀쩡했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인생 퍼터였을지도 모르는 그 클럽을 쥐고

나만의 문제는 되돌아보지 않았던 건 아닐까?


퍼터를 수없이 바꿔도 내가 바뀌지 않았다면,

이제는 퍼터 탓은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입스도, 미스도 결국 반복된 실수에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해서 온 건지도 모른다.


이제는 퍼터 탓을 멈추자.

진짜 골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내 손에 쥔 기회들을 하나하나 잘 굴려보자.

입스도, 미스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경험이었음을 알게 될 테니까.


골프는 장비빨이 아니라 나빨.

그리고 결국은 멘탈빨.



목요일 연재
이전 10화미쳐가는 것을 인지하지만 놓칠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