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평생 풀리지 않을 숙제, 결국 멘탈이 실력
어쩌면 평생 풀리지 않을 숙제, 결국 멘탈이 실력이다
첫 홀부터 흐름이 엉키면 네 시간 내내 고되었던 적이 너무 많았다.
이제는 어떻게든 즐기려 애쓴다. 이 상황을 딛고 갑자기 좋은 흐름을 탈지도 모른다는, 그 기분 좋은 상상을 반복하면서.
“의지는 상상을 이길 수 없다”
에밀 쿠에의 책을 읽고 난 뒤부터 나는 그런 상상을 자주 한다.
이 공은 왼쪽에서 출발해 중간으로 예쁘게 휘는 베이비 페이드가 될 거라고,
이 퍼팅은 왼쪽이 살짝 높은 슬라이스 라인이니까 퍼터의 토우를 살짝 들고 몇 도의 각도로 흘러들어 갈 거라고.
“이걸 꼭 넣자!“는 강한 의지보다 “이렇게 흘러 들어가면 좋겠다”는 상상이
오히려 나를 덜 흔든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나는 그동안 이 멘탈스포츠를 기술로만 해석하며 살아왔던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나는 싱글 핸디캡 골퍼다.
지금부터는 멘탈이 실력이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멘탈 관리’라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향을 머릿속에 그리는 ‘좋은 상상력’이 더 중요해졌다.
어드레스 전, “이건 벙커로 갈 것 같아”, “슬라이스 날 거야”라는 불안보다
“이렇게 출발해서 저렇게 떨어질 거야”라는 상상은
정말 큰 차이를 만든다.
이건 백돌이일 때부터 시작하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게는 다음 단계로의 성장에 꼭 필요한 변화다.
9홀에서 10 오버를 쳤다가 후반 9홀을 2 오버로 끝낸 날도 있다.
그건 끝까지 내 멘탈을 붙잡고, 나를 객관화하며,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다잡았을 때만 가능한 결과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건 나보다 더 오래, 더 나은 골프를 쳐온 동반자들이었다.
“후반에서 한 번 뒤집어볼까?”
가볍게 내뱉던 그 한마디가 내 안에 근묵자흑처럼 스며들었다.
이것이 바로 늘 나보다 조금 나은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이유 없이 잘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계속하다 보면 내 페이스는 보이기 시작하고
잘 친 날, 못 친 날의 편차는 점점 줄어든다.
처음엔 스코어 편차가 20타가 넘던 내가
지금은 5타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골프는 뜻대로 되지 않기에 더 애틋하고, 그래서 평생 풀리지 않을 숙제 같기도 하다.
깨달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다른 문제가 생기고
정말 모르겠다고 포기하려는 순간, 오히려 잘 되는 아이러니.
그래서 더 어렵고, 더 배우고 싶고, 그래서 애틋한 운동이다.
가끔은 나무에 맞고, 돌에 맞고, 물에서 튕겨 나오는 행운도 있다.
그러나 또 아무리 연습해도 안 되는 날이 있는 법이다.
선수들도 바보라서 물에 빠지는 게 아니겠지.
매일 공을 치는 그들도 결국은 ‘운’이라는 요소를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운 없는 날’을 받아들이고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 더 많다.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 만큼,
내 마음만큼은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
그걸 받아들이는 태도 하나가 모든 걸 바꾼다.
골프처럼 인생도 그렇다.
사람을 대할 때, 상황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일이더라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별일 아닐 수도, 혹은 정말 큰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여전히 정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복하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은 나의 열정이고, 살아 있다는 증거다.
원하는 게 있고, 집착하게 되는 대상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건
삶에 열망이 있다는 것.
결국 중요한 건
삶을 대하는 태도, 골프를 대하는 태도.
작고 큰 인생의 일에 쓰이는
나의 긍정적인 멘탈이다.
“골프는 인생과 같다.”
그 말이 요즘 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골프를 통해 나는 인생을 배우고
조급함을 내려놓고
내 욕심과 마주하고
나를 조금씩 더 객관화시킨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모든 면에서 날마다 더 아나 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멘탈을 단련한다.
골프를 위해서도,
내 인생을 위해서도.
끝까지 내 뜻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 게 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포기하지 않는 나 자신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지금 꽤 괜찮은 사람인 양 느껴지곤 한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며 골프를 치는 날,
잘 치면 너무 기분 좋고
못 치면 다음 주를 위한 다짐을 한다.
그 모습마저 꽤 괜찮게 느껴진다.
“내가 아니면 누가 골프를 잘 치겠어?”
그런 마음으로 나를 믿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잘되면 보상받고,
못되면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
“내가 아니면 누가?”라는 다짐으로 살아가면
못해낼 이유가 없지.
정복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살아내는 일.
이 시간이, 지금의 내가 더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다.
골프에서도, 인생의 성공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