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골프치기 싫은사람.

나만 그들이 불편할까?

by Even today

나는 요즘 어떤 사람과 골프치기 싫은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꽤 까다로운 편이고, 사람에 대한 기준이 높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평가할 때도, 나 자신을 평가할 때도 늘 가혹하다. 말을 아끼려 하고, 옳은 말이라도 꾹 참고, 누가 먼저 흉을 볼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야 같은 생각이 있으면 슬쩍 보탠다. 그러곤 후회한다.

“그냥 말하지 말걸.”


이런 내 성향 때문에 호주에 있으면서도, 나는 한국 사람들과 골프 치는 걸 꺼린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으니 외국인들과 라운딩을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말을 돌려서 하다 보니 덜 상처 주고 덜 상처 받는다. 반면 한국 사람들과 치면, 나는 더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실수도 늘어난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별 뜻 없는 한마디를 밤새 곱씹으며 잠을 설치기도 한다. 결국 나 자신이 너무 예민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일까. 나는 ‘같이 치기 싫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 이유의 절반은 내 안에 있었다.




같이 라운딩하기 싫은 사람들의 공통점

1. 말이 너무 많다.

2. 남의 흉을 보며 편을 가른다.

3. 남을 평가하고 비교한다.

4. 자기 플레이에 과하게 화를 낸다 — 욕을 하거나 채를 던지고, 공을 던지는 사람.

5. 원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레슨’을 해준다.

6. 기본 매너를 지키지 않는다 — 퍼팅 라인을 밟거나, 내 시야에 서 있는 사람.

7. 남을 깎아내리며 자기를 높인다.

8. 돈이나 신분을 자랑한다.



나만 이러 유형들이 불편할까?

이런 유형들이 싫은 이유는 분명하다.

말이 많으면 실수를 하게 된다. 결국 누군가 상처받고, 그걸 아는 순간 사람은 작아진다.

험담을 하다 보면 편이 갈리고, 후회가 남는다. 집에 돌아와서 ‘왜 그 말을 했을까’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말은 늘 어 다르고 아 다르다. 결국 그 말이 돌고 돌아 이상하게 전달되면, 그때는 이미 늦다.

남을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마음이 메마른다. 누구 집은 어떻고, 남편은 뭐하고, 아이는 뭐 한다는 식의 비교 속에서는 진심이 설 자리가 없다. “그 사람 참 좋더라”는 말보다 “그 사람 왜 그래?”라는 말이 더 쉽게 나오는 세상에서, 나는 입을 다물기로 늘 다짐하지만 결국 실수를 반복한다.


그리고 화를 내는 사람. 그건 정말 어렵다. 연습 많이 하고 못 치면 화날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욕하거나 채를 던지는 순간, 함께 있던 공기의 온도가 급격히 식는다. 상대가 못 쳐서 내가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닌데, 그날의 공기가 무너진다. 내가 버디를 해도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건 이미 좋은 라운딩이 아니다.


매너가 없는 사람도 피곤하다. 내 퍼팅 라인 위로 걸어 들어오거나, 내가 어드레스 들어갔는데 내 시야에 서 있는 사람. 자기 공 먼저 치겠다고 앞서 나가다 내 공에 부딪히는 사람. 이런 일은 실수일 수 있지만, 반복되면 피로감이 쌓인다.

나는 120타를 치는 사람과도 얼마든지 즐겁게 칠 수 있다.

단지, 기본적인 존중이 있으면 된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사람들처럼 되지 않으려고 참 많이 노력한다.

그런데 되려 그런 사람들을 싫어하는 내 자신이 또 불편하다.

“말 때문에 상처받는 건, 결국 내가 말에 너무 민감해서 그런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어쩌면 내가 그들의 말에 흔들리고 움츠러드는 내 반응이 더 싫은지도 모른다.


결국 ‘누구와 골프 치기 싫다’는 말은,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상황에서 쉽게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동반자는 실력보다 에너지의 문제다.

요즘 나는 잘 치는 사람보다, 마음이 편한 사람, 내 스윙과 내 감정을 존중해주는 사람과 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런 동반자가 되고 싶다.


좋은 동반자와 함께라면 스코어가 아쉬워도,

클럽하우스에서 웃으며 수다 떨 생각에 얼른 짐을 챙기게 된다.

같이 웃고 즐긴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예전엔 몰랐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고 — 그리고 늘, 나 자신이었다.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같이 치기 싫은 사람’이 아니라, ‘다시 함께 치고 싶은 사람’이 되자.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그리고 그렇게 예민한 사람을 만나면,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주자. 나를 보살피듯.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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