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너무 좋아서 오전만 일하다가 틈만 나면 냅다 튀듯 골프장으로 향했던 3개월.
그동안 발전도 있었지만 스트레스도 컸다. 연습만큼 결과가 안 나오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서.
그런데 요 3주 동안은 너무 바빠서 평일엔 골프 생각조차 못 했고, 주말에도 겨우 시간을 짜서 한 라운드 치고 오면 지인들과 밥 한 끼 먹을 힘도 없을 만큼 피곤했다.
등록해놓은 짐에도 못 갔고, 강아지도 제대로 못 돌봤고, 집에 오면 씻고 밥 먹고 그냥 눕고 싶은 상태.
글도 쓰기 싫고, 주식 공부도 싫고, 책도 안 잡히고… 그냥 뇌를 끄고 휴대폰만 보다가 잠들던 몇 주였다.
그리고 이상하게…
주말에 골프 못 치면 어쩌지? 우울해질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 이게 너무 내 일상과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거 아니야?’ 싶었다.
내가 골프를 위해 일을 하는 건지,
아니면 일하다 생긴 시간을 골프로 채워 즐기는 건지…
그 경계가 흐려진 순간.
그때부터 생각이 확 달라졌다.
아, 계획을 조금 조정해야겠다.
일하면서 꾸준히 책 읽고 운동하고 짐 가는 건 그냥 “마음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의 체력과 정신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거였는데, 이번 달은 짐에 아마 열 번도 못 간 것 같다.
레슨도 10회 끊었는데 6번 가고 나서부터는 평일 레슨 자체가 너무 버겁다.
배울 힘도 떨어지고, 의지도 떨어지고.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글도 쓰고, 나름 알차게 살았는데
일과 병행할 땐 내가 나에게 쓰는 시간이 너무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골프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니까…
문득 억울해졌다.
어차피 우리는 평생 일을 해야 한다.
워라벨을 지키기엔 아직 어리고, 골프라는 ‘큰 즐거움’을 너무 일찍 발견한 탓일까.
시간도 많고 돈도 많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많아지면 돈이 없어지고, 돈을 벌려면 시간이 없어지는 이 30대를
어떻게 보내야 나중에 내 시간과 돈을 ‘횡령’했다는 느낌 없이 살 수 있을까.
요즘 그런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골프가 자연스레 멀어지게 만든 이 바쁜 일상 뒤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니
마음이 좀 허전했다.
어? 골프가 내 삶에서 이렇게 큰 부분이었나?
아니면 그냥 잠깐 홀려 착각한 건가?
그 사이 어디쯤에서 갈팡질팡하는 기분이었다.
골프를 안 치니 더 중요해진 것 같기도 하고,
안 치니 불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일은 일대로 힘들고, 골프는 골프대로 힘들고.
둘 다 좋아하면서도 둘 다 나를 지치게 하는 참 이상한 관계.
골프는 늘 잘하고 싶고, 어제보다 조금 더 잘 치고 싶고,
그러려면 연습도 필요하고 분석도 필요하고 레슨, 경험 다 필요하다.
돈도 많이 벌고 싶다. 그럼 그만큼 시간과 체력을 쏟아야 한다.
둘 다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보니 스트레스가 생긴 거였다.
어느 순간 노력도 의무가 되어버렸던건 아닌가.
골프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좋아하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고,
돈을 벌고 싶으니까 일의 비중이 커지고,
둘 다 나를 잡아당기면서 나도 모르게 지쳐갔다.
그래도 골프가 나에게 주는 건 분명하다.
혼자 걷고 바람 맞고 햇살 받는 그 길,
아름다운 풍경들, 깨끗한 중독 같은 성취감.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사람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히게 되는 시간들.
나와 마주하는 고요한 순간들.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잘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 두개의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좋아하는 걸 한다고 해서 늘 행복한 건 아니다.
한 단계 올라가기 전엔 늘 작은 시련이 있고,
그 바람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골프도, 돈도 원래는 ‘보너스’였는데
어느 순간 둘 다 내 삶의 주인공처럼 자리 잡아버렸더라.
근데 그건 아니지.
주인공은 나고, 나머지는 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조연일 뿐.
골프도, 돈도 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내 시간을 쓰고 내 진심을 쏟는 기준은
언제나 ‘나’여야 한다. 그래야 덜 지치고, 오래간다.
나는 나를 위해 살아야한다.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끌고 다니게 두면
삶은 더 무거워질뿐 행복해지지 않을테니까.